책상 드럽게 쓰지만 제 옷장 한 칸만은 정리 잘합니다. 가짓수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티셔츠, 블라우스, 청바지, 자켓(테일러드, 트위드, 가죽) 몇 개씩만 있어요. 공간 남으니까 출판계약서, 방탄 굿즈, 손때 묻히고 싶지 않은 책, 그리고 좋아하는 만화책까지 넣어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 광경을 평생 잊지 않을 거야. 정말... 이런 멋진 선물은 세상에 없어!”
처음으로 낸 단행본이 서점 판매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젊은 작가 오오츠카 슛은 말했어요. <중쇄를 찍자>는 만화책에서요. 저도 첫 책이 한길문고 매대에 탑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감격스럽게 표현해야 했는데, 부끄럽더라고요. 책이 누워 있는 모습만은 장관이라서 한참 뒤에 사진으로 찍어두긴 했죠.
제가 펴낸 12권의 책은 모두 한길문고 매대에 누웠어요. 이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죠. 하루에도 수백 종의 책이 나왔다가 사라지거든요.
책 세 권 내고 밥벌이를 그만뒀어요. 2018년이었죠. 무대책은 아니었어요. 예금 헐어서 통장 3개를 만들었거든요. ‘실직 1’ ‘실직 2’ ‘실직 3’. 그 돈 떨어질 때까지 글 써보고 안 되면 뭐, 뭐라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은 타이밍. 딱 그때 한길문고 상주작가가 되었어요. 난생처음 4대 보험 혜택도 받고요, 책도 꾸준히 펴내고, 강연도 다니고요. 한길문고에서 배지영 작가 책을 사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 독자들이 도쿄, 서울,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남도에서도 찾아오셨죠(감사감사). 상주작가 아닌데, 지금도 일부러 오는 분들이 있어요(감사감사).
한길문고는 종합서점이에요. 베셀 스셀 쌓여있지만, 군산 북페어에 가져가는 책은 따로 있습니다. 배지영 작가 책들과 군산의 6월 항쟁을 기록한 김성훈 작가님의 <입춘, 6월에 봄이 오다>.
당연히 저도 한길문고 따라서 갑니다. 군산 북페어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저는 ‘신비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시간에 있을 거예요.
8월 31일(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
9월 1일(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
오세요, 반가울 거예요.
아, 근데, 저는 학교 강연에 맞춰 염색하거든요. 6월 26일에 뿌리 염색해서 흰머리 막 올라와 있어요. 20세 이하 독자들 오신다면 하고, 안 그러면 최대한 버티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