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례로 본 일본의 농업, 의료, 관광 분야 혁신
일본 사회가 조용히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 상징이 「화이트칼라 소멸」(ホワイトカラー消滅)이라는 과격한 표현이다. 이 책이 제기하는 것은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대기업 붕괴”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디지털 혁명과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사무직의 상식이 근본적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일본 경제를 떠받쳤던 공업 대량생산 모델의 종말과 “지역 산업의 인력 부족”이라는 간극이 동시에 진행되며, 그 급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일본의 실제 사례를 통해 디지털 전환(DX)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사회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버스나 택시 같은 교통수단의 유지, 수도관이나 도로 인프라 관리, 요양 및 의료 현장, 농업·수산업, 요식업·관광업 등 지역을 지탱하는 필수 산업에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 반면, 도시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는 AI와 DX로 사무·관리 업무가 자동화되며, 국제 경쟁 심화로 고용 압박을 받고 있다. 즉, 사람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런 엇갈림 속에서 “고용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타마 현의 Takamiya No Aisai 농장은 농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익은 오이를 정확히 식별하고 손상 없이 수확하며, 2분에 1~3개를 처리한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이 사례는 지역 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도시에서 지방으로 가자”는 식의 단편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산업 구조 변화, 인재 이동, 국제 경쟁과 지역 보호 같은 복잡한 요소를 깔끔히 정리한 점이다. 핵심 키워드인 “부가가치 노동 생산성”은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높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IT와 AI를 활용해 서비스나 상품을 고부가가치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지역 일자리에서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나가와 현의 Jinya 온천 여관은 이를 실천한 대표 사례다. 100년 전통의 이 여관은 예약, 고객 관리, 직원 간 정보 공유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며 디지털화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10억 엔의 부채를 극복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처럼 관광업에서 DX를 도입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은 사례는 독자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책은 반복해서 “막연히 사무직에 몸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갈 곳이 점점 좁아진다고 경고한다. 자료 정리, 회의 준비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DX와 AI가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오래된 대기업의 중간 관리직은 겉보기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조직 구조가 바뀌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쉬운 위치다. 실제로 유명 기업에서 중·고령층의 조기 퇴직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현장에 가까운가, 경영을 움직일 수 있는가, 전문성을 갖췄는가—어떤 무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도쿄의 게이오 대학 병원은 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로봇 수술로 정밀도를 높이고, AI 진단 시스템으로 정확성을 강화하며, WHILL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환자 이동성을 개선했다. 이러한 변화는 화이트칼라 업무의 자동화가 단순히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회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위기감만 부추기지 않는다. 지역 경제권의 서비스업이나 인프라 산업을 “저임금으로 고생하는 곳”이 아니라, IT, 마케팅, 브랜딩을 활용해 고부가가치화하면 임금과 보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쿄 중심부의 OMY Area Smart City 프로젝트는 이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교통, 공공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며 도시 효율성과 시민 삶의 질을 높였다. 농업이나 의료에서도 비슷한 성공 사례가 이어지며,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입증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 사회가 쇠퇴를 피하고 풍요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큰 질문을 던진다. 저출산·고령화, 도시 공동화, 지역 인력 부족, AI 혁명의 물결이 밀려오는 가운데, 지금 일에만 매달리기보다 배우고 도전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배움의 재시작”에 대한 논평은 특히 설득력 있다. 40대, 50대가 되어 프로그래밍이나 영어를 다시 배우는 건 부담스럽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날로그 업무가 줄어드는 미래에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반대로 “AI가 약한 현장 기술”이나 “인간 특유의 소통 영역”에 집중하면 도약할 가능성도 크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일본이 “모두 힘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단계를 넘어 구조적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여지가 크다. 지역과 현장에 눈을 돌리면 인력 부족이라는 기회가 있고, 디지털화로 세계와의 거리가 좁혀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광업, 식품, 요양, 공공 인프라를 DX와 결합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수익 모델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의 톱니바퀴였던 사람이 지역 중소기업에서 경영 간부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화이트칼라 소멸」이라는 충격적인 제목과 달리, 책의 여운은 밝다. 일본을 지탱해 온 산업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해서 다음 산업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일과 커리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새 세상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등 떠미는 느낌을 준다. 내일 당장 대기업을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새 가치를 창출할지, 그 마음가짐을 단련할 “비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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