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섬마을에 아침이 오면 동네 할머니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늦잠 자는 나를 깨운다. 나이가 들면 일찍 주무시고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거동을 하거나 밭일을 하면서 아무런 이슈가 없더라도 서울 사는 자식 이야기나 어제 동네 누가 갑자기 아파 닥터헬기에 실려 인근 목포의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느니..
예부터 마을 팽나무는 여름날 더위를 식혀주는 ‘자연 그늘 막’이었다. 수많은 동네 사람들이 팽나무 그늘아래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보냈지만 팽나무 그늘을 피해 저 세상으로 떠난 이후 이제 두 사람만이 남아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 중 한 할머니의 자식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5년 전 서울에서 의류 업에 종사하다 회사가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와 바다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혼자 바둥대는 모습이 짠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한시적인 일을 마치고 8개여 월 만에 돌아온 고향 조도 새 섬은 작품 활동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좋은 물때에 맞춰 갯바위 낚시를 갔다. 수십 년 전 초등학교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던 나는 어디서 낚시를 하면 물고기가 올라올 지를 지금도 훤히 파악할 정도다.
바다는 늘 ‘힐링’의 연속이다. 드넓게 뻗어있는 파란 바다는 나에게 청량감을 안겨준다. 내가 주로 찾는 곳은 마을 방파제에서 6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일명 ‘비둘기 강’이다. 여기서 혹자는 바다에서 ‘강(江)’을 이야기하다보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겠지만, 예전부터 이곳은 비둘기들이 날아들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옛사람들의 구전이 지금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이곳의 지명은 그대로 비둘기 강으로 불린다.
1시간 남짓 낚시 대를 드리우고 있을 무렵, 어선 한 척이 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팽나무 그늘 막에서 만난 할머니가 말한 사람이었다. 물론, 누군지 잘 아는 이웃 선배이기도 하다.
낮에 잠시 여름 소나기가 쏟아졌다. 오후의 바다풍광은 아름다웠다. 산과 바다를 휘감고 도는 해무(海霧)는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 했다. 거기서 나는 무언의 즉흥시로 어부에게 화답하기 시작했다.
초여름
바다바람이 분다.
부모가 뿌려 논
바다향기는 지금도 가시지 않고
뱃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네.
척박한 서울생활 접은 지 5년
섬사람으로 순응하며
나 여기 서 있네.
세찬바람 마시며
나 오늘 여기 서 있네.
(새섬 살이_ 캘리그래피 석산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