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씩 찾는 정신과에 가면 의사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요즘 기분은 어때요?”
그전까지 나의 대답은 대체로 이랬다.
“괜찮아요.”
초진 때 의사는 내가 많은 걸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정도 아픔은, 스트레스는 다들 참고 사는 거 아니냐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고. 그게 아주 오랜 시간 굳어져 습관처럼 괜찮다는 말을 내뱉는 듯하다고. 그래도 특별히 몸에 이상이 느껴질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었다면 그 달엔 늘,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날은 담당 의사가 휴진이어서 같은 병원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의자에 앉자 같은 질문이 날아왔다.
“기분은 좀 어때요?”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죄지은 사람처럼 말했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의사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마치 그래서? 하고 되묻는 것 같았다.
“마음이 좀 공허하고…… 힘들기도 해요.”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진료가 끝날 때까지 내가 바란 말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게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정신과 의사인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환자의 말에 최소한 명복을 빈다든가 안됐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하다니. 그다음 달에 찾은 담당 의사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혼자 만든 구덩이 속에 다시 빠졌다. 스스로 발을 들인 건데도 꼭 누가 등을 떠민 기분이었다.
의사에 대한 기대가―사실 기대를 품는다는 건 얼토당토않지만― 완전히 사라진 나는 그 이후 상담보다는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 어떤 질문에도 내 대답은 일관되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러면 의사도 일관되게 말했다. 약은 똑같이 드릴게요. 네. 2분 안에 진료실을 나온다. 안 괜찮아도 괜찮은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