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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개인의 사정

by 달과별 Dec 08. 2024


엄마가 남긴 돈으로 제일 먼저 한 일은 연체된 아빠의 건강보험료를 모두 갚은 것이었다.

20년이 넘도록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 금액이 컸다.

어렸을 때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큰 피해를 입은 적도 없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 아빠가 병원을 가지 않는 이유가 건강보험료 연체 때문임을 알았고, 공단에 연락해 분할 납부를 신청해 주었다. 아빠는 두세 번인가 내고는 또 모른 척했다.

크게 아픈 적도 다친 적도 없었던 건 다행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천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빠 나이도 이제 예순 중반이고 그 흔한 감기에 걸려도 병원 한번 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더는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엄마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서는 더더욱.

“이제 병원 가. 건보료는 다 냈으니까.”

“네가 무슨 돈으로?”

“내가 아니라 엄마가 갚아 준 거야.”

그 뒤로 몸이 좀 안 좋다 싶으면 착실히 병원에 가는 모습을 보니 그걸로 됐다 싶었다.

남은 돈은 그대로 예금했다. 언제고 분명히 쓸데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단 1원도 막 쓰고 싶지 않았다.

보험도 정리해야 했다. 엄마가 들어 준 내 보험은 세 개, 엄마 본인 앞으로 된 보험은 하나뿐.

그나마도 유병자형이라 보장되는 게 거의 없었다. 울음이 터져 펑펑 울었다.

나 같은 거 뭐라고……. 그냥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지 뭐 하러.

내 앞으로 된 것 중 하나는 거의 15년 넘게 부어 준 비싼 보험이었다. 그것만은 계속 살려 두고 싶었지만 담보 대출 받은 기록이 있었다. 보험을 이어 가려면 그 대출금을 내가 갚아야 했다. 며칠 고민하다 해지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지를 위해 찾아간 보험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말했다.

“오랫동안 유지하셨던 거라 해지하시기엔 아까운데. 뭐 때문에 해지하시려고요?”

“……개인 사정으로요.”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대출금을 제외한 보험금을 받고 나오던 길이었다.

외삼촌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와 관련된 금전 관계가 좀 복잡하다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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