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A 이모가 잠적하기 전 알려 준 사실이었다.
내 앞에서 하기 힘든 말이라며 자리를 비키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뭐든 하나뿐인 딸인 내가 몰라도 되는 이야기란 없다고 생각했다.
“만난 지는 1년이 안 됐지 아마. 그 사람한테 중고차를 사 줬어.”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두 가지 있었다.
아빠가 술에 취한 채 전화해 중고차를 사 달라고 했다던 엄마의 이야기.
또 하나는 봄과 여름 사이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갔을 때였다. 엄마는 잠깐 자리를 비운 아빠 쪽을 건너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한테 여자 있어?”
뜬금없고 황당한 물음이었다. 어버버하다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면박을 줬다.
“진짜 없어?”
“없어. 다 늙어서 무슨.”
우리는 같이 웃고 말았다. 그때 내 말을 듣고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외삼촌은 중고차를 사 줬다는 말에 초점을 맞췄다. 외할머니 돈이었을 테니.
그 사람을 만나야 했다. 의외로 첫 만남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성사되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구면이라는 걸 깨달았다. 두 번인가 엄마 집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라고 소개했었던 것까지 기억이 났다. 친구보단 아는 사람이려니 했다. 나이가 많아 보였으니까.
엄마의 휴대폰 속 카톡 내용을 전부 확인한 나는 그 사람을…… 오래 마주하기 힘들었다.
누가 봐도 엄마를 일방적으로 이용한 흔적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선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았다. 금전 관계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은 이제 그 사람뿐이라는 외삼촌의 말도 귓가에 맴돌았다. 지긋지긋했다.
그 사람은 일찍 사별했고 내 또래 아들이 있었다. 엄마와 만난 것도, 중고차를 비롯한 돈을 받은 것도 인정했다. 엄마가 떠나 마음 아픈 척도 잘했다. 카톡 프로필은 여행을 떠나 웃고 있는 사진으로 자주 바꾸면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외삼촌이 차를 태워 줘 집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네.”
카톡 내용은 영원히 나만 알고 있기로 했으므로 말을 아끼는 수밖엔 없었다.
속이 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