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4 댓글 5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6. 비밀 (2)

by 달과별 Dec 29. 2024


엄마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A 이모가 잠적하기 전 알려 준 사실이었다.

내 앞에서 하기 힘든 말이라며 자리를 비키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뭐든 하나뿐인 딸인 내가 몰라도 되는 이야기란 없다고 생각했다.

만난 지는 1년이 안 됐지 아마그 사람한테 중고차를 사 줬어.”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두 가지 있었다.

아빠가 술에 취한 채 전화해 중고차를 사 달라고 했다던 엄마의 이야기.

또 하나는 봄과 여름 사이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갔을 때였다. 엄마는 잠깐 자리를 비운 아빠 쪽을 건너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한테 여자 있어?”

뜬금없고 황당한 물음이었다. 어버버하다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면박을 줬다.

진짜 없어?”

없어다 늙어서 무슨.”

우리는 같이 웃고 말았다. 그때 내 말을 듣고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외삼촌은 중고차를 사 줬다는 말에 초점을 맞췄다. 외할머니 돈이었을 테니.

그 사람을 만나야 했다. 의외로 첫 만남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성사되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구면이라는 걸 깨달았다. 두 번인가 엄마 집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라고 소개했었던 것까지 기억이 났다. 친구보단 아는 사람이려니 했다. 나이가 많아 보였으니까.

엄마의 휴대폰 속 카톡 내용을 전부 확인한 나는 그 사람을…… 오래 마주하기 힘들었다.

누가 봐도 엄마를 일방적으로 이용한 흔적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선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았다. 금전 관계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은 이제 그 사람뿐이라는 외삼촌의 말도 귓가에 맴돌았다. 지긋지긋했다.

그 사람은 일찍 사별했고 내 또래 아들이 있었다. 엄마와 만난 것도, 중고차를 비롯한 돈을 받은 것도 인정했다. 엄마가 떠나 마음 아픈 척도 잘했다. 카톡 프로필은 여행을 떠나 웃고 있는 사진으로 자주 바꾸면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외삼촌이 차를 태워 줘 집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네.”

카톡 내용은 영원히 나만 알고 있기로 했으므로 말을 아끼는 수밖엔 없었다.

속이 역했다.


이전 26화 25. 비밀 (1)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