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사촌 동생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외할머니 방문 약속을 취소하고 메신저로 예정되었던 식사비를 보냈다. 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몇 번 물었지만 대답을 회피했다. 몸이 안 좋다거나 급한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이유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다른 핑계를 대기 싫었다. 마음이 좀 괜찮아지면 홀로 외할머니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그 일은 며칠 뒤 일어났다. 저녁 여덟 시가 좀 넘었나. 사촌 동생에게서 조롱 섞인 메시지가 왔다. 상속 포기 도중 있었던 일을 이모에게 들은 모양이었다. 잘 설명된 안내 파일을 읽지 않은 것도, 잘못된 서류를 보낸 것도, 상식적인 질문을 시도 때도 없이 한 것도 내가 아닌데. 오히려 도운 건 난데.
살면서 누구에게든 해서도, 들어서도 안 되는 말이 몇 분 사이 쏟아졌다. 속수무책으로 ‘미친 말’을 듣고 있자니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장례식 첫날 엄마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을 보이던 그 애가 사실 속으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낱낱이 알게 되자 기가 막혔다. 어떤 말로도 정신 나간 소리를 끊어 놓을 수 없었다. 메신저를 차단하니 문자를 보냈다. 답을 안 하자 악착같이 전화를 걸어왔다. 악귀 같았다. 사람이라면, 엄마를 보낸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자식에게 그럴 수는 없었다. 평생의 원수에게도 차마 못 할 일이었다.
전화번호를 아예 차단하고 끅끅 울었다.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고 무작정 택시를 불러 본가로 향했다. 아빠는 내가 갑작스레 연락도 없이 울면서 현관에 들어서자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그 옆에 앉아 횡설수설하며 통곡했다.
울지 마. 딱 세 글자였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말이 많음을 알았다. 너는 아무 잘못 없어. 잊어. 괜찮아질 거야. 상대하지 마.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드문드문 몸을 들썩였다. 늘 그랬듯이 억지로 꾸역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