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3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0. 사과(謝過)와 사과(赦過)

by 달과별 Feb 09. 2025


어떻게 지내고 있니우리 지나간 일은 잊자환경이 그런 걸 너나 나나 어쩌겠니다름이 아니라 상속세를 신고해야 해서 언니 몫을 너한테 주려고 하니 연락 바래.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이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메신저 차단을 내가 안 했던가? 차단 목록을 찾아보니 사촌 동생과 외삼촌 둘만 되어 있었다. 빼먹을 게 따로 있지. 한숨이 나왔다.

한참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 말로 서로 난도질한 지 몇 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아직 완전히 추스르지 못했지만 또 사건 직후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맨 처음 문장이, 안부를 묻는 그 한마디가 마음을 툭 건드렸는지 모른다.

무어라 답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그다음 날 아침 눈뜨자마자 짧게 답장했다.

정리되면 연락 주세요.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서류와 인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껄끄럽고 번거로웠지만 이 관계를 빨리 정리하려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편이 나았다. 우편을 부쳤다고 얘기하니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고마워밥 잘 챙겨 먹고 건강 챙겨~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모든 원망과 미움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 먼지처럼 흩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팠던 걸까.

그 후로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이모는 꼭 끝인사로 나의 무탈함을 바란다고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나도, 이모도 하지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국어사전에 ‘사과’를 검색하니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는 뜻과 함께 ‘잘못을 용서함.’이라는 의미도 같이 들어 있었다. 반대되는 두 가지 뜻을 모두 품은 단어. 앞으로는 사과(謝過)와 사과(赦過)를 아끼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러니까, 아프게 해서 미안했습니다.




+ 그동안 부족하고 읽기 힘든 글을 보러 와 주신 모든 독자님께 감사 인사 남깁니다.

‘디어 마이 딥 소로우’를 연재하며 저를, 엄마를, 주변 사람을 깊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못난 모습, 애쓰는 모습, 상처 주고 또 받는 모습……. 부끄럽고 창피해도 가능한 한 날 것 그대로 옮겨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치유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독자님들의 삶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이 글은 기간을 넉넉히 잡고 잘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볼 계획입니다. 어느 날 책방 한편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전 29화 28. 악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