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남에게 받을 돈도, 주어야 할 돈도 많았다. 이 사실은 꽤 금방 밝혀졌다.
외할머니 통장을 관리하게 된 외삼촌이 입출금 내역을 떼어 봤던 것이다.
처음 보는 이름이 잔뜩 있었고, 오간 금액도 상당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일이 외할머니 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정리한 재산 중 일부였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있었을까?
나도 엄마가 턱턱 건네던 용돈을 받았던 날이 결코 적지 않은데.
아빠도 일을 쉴 때면 엄마에게 연락해 얼마쯤 생활비를 꾸었는데.
사실 엄마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금액이 그렇게 클 줄은, 여러 명일 줄은 몰랐을 뿐.
“받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받아야 해.”
외삼촌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담긴 의지가 온몸을 찌그러트릴 듯 무거웠다.
그러나 도와야 했다.
인쇄된 입출금 내역서엔 특히 큰 금액에 분홍색 형광펜이 칠해져 있었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던 엄마의 휴대폰으로 가장 최근까지 왕래했던 A 이모에게 전화했다.
엄마가 떠나기 직전까지 자주 봤던, 어렸을 때부터 알던 이모였다.
만남을 두어 번 가지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엄마 휴대폰 안에는 그 충격적인 일을 증명하는 문자, 카톡 등이 간간이 남아 있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화가 났다. 믿기지 않게도.
증거가 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찾고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원한다면 대모라도 되어 줄 듯 굴던 A 이모는 연락 두절로 꼭꼭 숨어 버렸다. 이모도 갚을 돈이 컸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그런 와중에 돈을 주어야 할 사람도 닦달했다.
외삼촌은 나 대신 그들까지 상대했다.
지난한 싸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