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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반문

by 너구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여주인공 도로시가 지푸라기로 가득찬 허수아비에게 묻는다.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있지?" "인간들도 생각없이 지껄이잖아?"라고 허수아비가 반문한다.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도 "설마 사람들이 이 정도로 정신이 없을까?"하는 의심을 가볍게 뛰어넘는 상황이 벌어지니 짜증을 넘어 진지하게 질문을 하게 된다.


"혹시 진짜 뇌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이라는게 진짜 없을지도 몰라." 극단적인 의구심을 품게 된다.


좀비가 헐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의 단골소재가 되더니 이제는 한국 영화에서도 좀비의 등장이 아주 자연스러운 소재가 되고 말았다.


산 사람의 살코기를 맹목적으로 갈구하는 그들의 행동은 실제 여부를 떠나 영화나 드라마마다 이야기와 특성이 추가됐다. 어느새 흐느적거리며 행동이 느린 존재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속도도 빠르고 지도자에 의해 체계적인 행동을 하는 집단성을 띠는 존재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들은 집단성을 띠면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 앞뒤 안가리고 팔다리가 부서지든 상관없이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욕구만이 살아남는다.


브레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월드워 Z]가 눈에 띈다. 좀비들은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으로 힘을 합쳐 장벽을 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달려드는 불나방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좀비가 바야흐로 집단적 목적이 분명해지고 자기 확장성을 갖는 좀 더 강한 존재가 됐다.


솔직히 토론이나 대화중 회피주제 영순위는 종교와 정치이야기다. 이 주제가 나오면 ‘이 모임 파장할때가 됐구나’ 싶을 정도인 것은 인지상정일 게다. 웬만해서는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고 불문율인 영역이기도 하다.


그 주제인 종교 그 중 개신교가 사회의 전면에 나섰다. 8.15 태극기집회와 코로나19의 재확산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느낌 한 가지. 종교가 좀비를 양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다. 참석자들은 개별적으로는 큰 힘없는존재들일지 모르지만 어느새 이들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쌓아올렸던 합의나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공격성을 보인다. 목사의 밑도 끝도 없는 선동과 횡설수설에 광분하고 코로나 검사를 거부한다. 격리장소에서 도망치거나 인위적인 전염을 일으킬 행동도 서슴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다. 오로지 종교라는 이름의 맹목적인 선동을 믿고 따른다.


사실 굉장히 곤혹스런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목사라는 직업이 신뢰와 양심 혹은 믿음의 대변자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사회적이고,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의 대명사로 개념 정의를 다시 해야할 상황이다. 종교라는 이름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반사회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 영화 속 좀비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추종자들을 보면서 직업개념을 다르게 써야한다는 생각 뿐이다.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살아있는 좀비를 만드는 일을 하는 직업쯤으로 바꾸어야 하나.


죽어서 좀비가 된 사람들은 복장이나 걸음걸이에서 구분이 가능해 피할 수나 있을 듯 싶은데 살아있으면서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어찌 구분하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에는 세상이 위험천만하다.


인간들 역시 아무 생각없이 지껄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허수아비의 일침에 반론은 커녕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이 재 근/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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