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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려 드는 자들의 세상

by 너구리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꼭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것일까. 내가 너보다 잘났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 나는 옳으니 너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려나.


하루하루 사람들을 만나면서 곳곳에 포진해 있는 사람 중 가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꽤나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모두 나를 가르치려 하지는 않는다. 기중에는 제버릇 못 버리고 이야기하다 보면 남을 가르치려는 습성이 배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무턱대고 가르치려 드는 자들로 인해 숨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빠도 그저 시간을 가지고 곧 끝나겠지 하고 견뎌보거나 상황을 다른 곳으로 모면하려고 하지만 성격이 점점 괴팍해지는 덕분인지 이제는 그런 인간들을 만나면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버럭 화를 내거나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유인즉 남들보다 더 많이 배웠다거나 수행을 했다는 혹은 마음공부를 했다는 알지도 못하는 용어를 들이대면서 남을 가르치려 드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참을 수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가르치려 드는 자들이 보이는 행태의 근간에는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공부를 하거나 수행을 했으니 옳고 그러지 못한 너희는 언제나 틀리다는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에 대화의 내용이 진행되는 현상을 목도한다. 현기증은 물론 구토까지 솟구쳐 오르는 것은 내 과민반응이려나.


다른 한 가지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타인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언제나 '그래서 너의 말을 다 듣고는 판단해줄게' 하면서 끊임없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의 잔치를 떠벌린다. 내용 인즉은 언제나 지금의 내 상황이 문제가 있으니 대화를 통해서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론을 들어보면 네가 틀렸다는 사실을 자신의 앞에서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에게 잘못했음을 자복한 후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라는 태도다.

도대체 마음공부를 하거나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인성을 가져야 하기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고 그걸 끊임 없이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것일까.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때로는 수행의 이름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이 일반화되어있는 시대다. 마치 마음수행을 하지 않으면 천박한 정신의 소유자 이거나 자기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해버리기 일쑤인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잘 모르는 그래서 인정도 할 수 없는 스승에게서 배우는 새로운 모임을 구성하고 그 구성을 통해 사람들을 또다시 가르치려는 수렁에 빠뜨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되돌아 살펴보는 일들이 낯서니 스스로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이 매우 의미 있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 옳다. 자신을 반성하고 새롭게 되새김질하는 일이 왜 나쁘겠는가. 그런데 그 이후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시작했으니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논리로 옮겨가게 된다는 점이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마음을 자세히 살펴봤으니 이제 자신은 옳지 않으면 안 되고 이 기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모양이다. 사이비 종교와 다름이 아니지 않은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누구일까를 생각해 본다. 책 한 권만을 읽고 그것대로만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어찌 됐든 자신이 마음을 되돌아보는 수행이나 공부를 하였으니 그것으로 족하면 좋을진대 그다음의 단계를 넘어가지 않으면 영 마음이 풀리지 않는 것인지. 곧 자신은 옳고 틀리지 않고 있다는 근저에 깔린 자신감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인간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늘어간다. 가르치는 자격이라는 게 누구에게 주어질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지식을 대변하는 석사 박사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일들의 자격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계속해서 가르치려만 드는 인간들의 오만함에서는 벗어나고 싶다. 제발 주변의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내용은 여전히 자신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며 계속해서 가르치려는 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제발 묵언의 벌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 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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