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흘일기4_하루강아지 세상 쓴맛을 보다

by 너구리

녀석이 사무실에 터를 잡은지 일주일이 넘었다. 여전히 어디를 다녀 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사무실안과 입구쪽에는 소변과 대변을 싸질르지 않는다. 기특한 녀석이다. 교육을 받았나. 이력을 알 수 없으니 상태 역시 전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녀석이 사무실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간다. 직원중 한명이 산책을 하자고 데리고 나가면 졸졸졸 잘 따라 나온다. 기특하게도 1층으로 내려가면 흙을 찾아들어 소변과 대변을 해결하고 나타난다. 참 묘한 녀석이다. 약간의 배변 훈련은 받은 건가. 아니고서야 원래부터 가릴 수 있나. 스스로 그걸 가린다면 아주 똑똑하거나 깔끔한 녀석일 것이다. 고양이들은 그리 한다는 것을 들었지만 강아지가 그렇게 깔끔 떠는 것을 본적이 없다.


직원들은 나름 걱정이 태산이다. 버스가 뒤를 쫒아올 당시 휴가였던 직원 한명이 더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미 이전 직장 사무실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떠맡아 집에서 키우고 있던 터라 새로운 짐을 또 떠안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그래도 그 누구도 버스를 내보내려 하지는 않는다. 지저분하다며 나름 목욕도 시키고 강아지 먹이도 사오고 우유도 사오고 간식도 마련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각자가 무언가를 준비해온다. 이윽고 어느날 두 명이 나가더니 집으로 삼을 케이지와 목줄을 사왔다. 퇴근후 부득히하게 사무실을 잠가야하니 밖에서 자야하는 상황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사무실 바닥에 천연덕스럽게 앉아서 쉬고 있는 스양.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옆집 아이들도 어머니에게 스양을 키우겠다고 이야기했으나 어림없이 안된다는 답을 들었단다. 한달살이를 하는데 강아지를 키우라고 이야기할리가 만무한 일이다.


모두가 이 녀석을 어찌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길 원한다. 누가 맡아 키운다고 할 상황은 아닌지라 사무실에서 키우자는 의견을 내 비친다. 나 역시 그러자는데 동의하지만 퇴근과 주말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그러던 차에 일이 생겼다. 내가 년말에 근처 마을로 이사를 가게 생겼다. 마당이 있을 예정이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사후에 우리집에서 맡는다는 조건으로 그때까지 키우잔다. 사무실에서 내보내는 것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분간 함께 있을 핑계를 찾은 셈이다. 그러마 대답은 했지만 그때가서 정이들면 다른 상황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난관이 닥쳤다. 올해부터 생긴 대휴로 인해 연휴가 3일로 늘었다. 이번주만아니라 다음주도 3일의 연휴가 연속이다. 케이지는 문옆 가장 바람이 불지 않을 곳에 놓아두고 밥그릇을 놓아주기로 했다. 식사는 어쩔 수 없이 당번제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번도 주말 당직을 서지 않았는데 버스덕에 당번을 하게 생겼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오후나 낮에 나와 버스의 상태를 살피고 먹이를 듬뿍 담아주기로 했다.


3일째 되는 날이다. 당번인 관계로 밀린 일이나 할겸 아점후에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아이들이랑 놀고 있나. 동네를 한바퀴 돌며 찾아보고 이름을 불러봐도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쩔까 걱정이다. 어제 주고 갔다는 먹이가 별로 줄지도 않은 상태 그대로다. 전날 당번에 의하면 어느 정도 사료를 먹어서 먹이를 잔뜩 담아주고 왔다는데 내가 봤을때는 거의 먹지 않은 상태다. 아이들이 데리고 가서 노느라 먹이를 먹을 시간이 없었나. 그래도 저녁에 이곳에 올려놓으면 알아서 많이 먹을텐데 이상하다.


저녁 무렵이 되어 해가 진다. 한여름이 지난지라 6시가 넘으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어둡기직전까지 녀석을 기다렸지만 기척이 전혀 없다. 걱정이 앞선다.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해야하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차문을 연다. 차를 후진하고 돌리려는데 사무소 옆 풀밭에서 헤드라이트의 불빛에 흰 것이 고개를 들더니 금새 제자리에 눕는다. 이상해서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보니 스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녀석을 불러보지만 녀석은 아무런 힘도 없이 푹쳐저 풀밭에 누워 기척이 거의 없이 숨만 헐떡인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일단 안고 집앞으로 가서 먹이통을 들이민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가 먹이를 가까이 전해줘도 전혀 먹을 기색이 없다. 물을 갈아줘도 한모금 할딱거리더니 그자리에 주저 앉는다. 세상 다산 강아지가 딱 이모습이다. 이를 어쩐다. 집을 가지 않을 수도 없으니 사무실로 개집을 옮기고 물과 사료, 우유를 다 떠놓고 문을 닫는다. 내일 아침에는 멀쩡하면 좋으련만.

주말에 발견한 당시의 버스의 모습.

다음날 오전 약속을 마치고 사무실로 가보니 녀석의 모습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달리 어제 그대로다. 아무런 힘도 없이 펼쳐준 담요위에 누워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만 할뿐 먹이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고민끝에 어쩔 수 없는 결단이다. 퇵근무렵 가까운 삼양에 동물병원을 찾아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 8시까지 진료를 본단다.


강아지를 키워본적이 없던 사람으로서 어찌 대처해야할지 모를일이니 막막하기만 하다. 일단 추론상으로는 예방접종을 하지 못해서 내부의 병이 악화된 상황, 진드기에 물린 상황(지인의 개가 진드기에 물려 거의 일주일간 시름시름 앓기만 하던 상황을 본적이 있음.), 다른 이름 모를 병에 걸릴 상황을 가정하며 병원으로 향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이라니. 아이가 어릴때 소아과를 데리고 갔을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야하나.


보호자 이름에 내이름을 쓰고 강아지의 이름을 버스라고 쓰고 진료 접수를 하니 기분이 묘하다. 이 상황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 본 실내용 애완견을 데리고 온 남자가 먼저와 기다리고 있다. 강아지를 애 다루듯 하는 모습이 여간 낯선게 아니다. 저 강아지 견종이 말티즈일게다. 다른 일로 인해 견종에 대해서는 꽤나 알던지라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근데 버스는 견종이 뭐지? 단순 제주견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던 제주견과는 생김새가 다른 듯하다.


암튼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피검사를 하러 버스를 데리고 들어간다. 멀리 녀석이 어쩌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피를 뽑는데 깨갱소리를 낸다. 오늘 처음 들어보는 녀석의 목소리다. 시간이 지나고 수의사가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파보바이러스 검사와 진드기 검사, 다른 전염병 검사를 했는데 모두가 음성이란다. 그래도 의심이 강해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살펴보니 적혈구안에 까만점이 보인다. 진드기에 물려 옮기는 증상인데 이 균에 감염되면 적혈구가 파괴되어 지독한 빈혈이 생기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피검사 결과를 보니 적혈구 수가 치명적으로 낮아 그대로는 하루나 이틀안에 죽을 가능성이 높단다. 의사가 잇몸을 들추어 보니 잇몸에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하얀색이다. 흰색 잇몸이 붉게 되돌아와야 빈혈이 없어지는 거란다. 여러가지 받아들일수 없는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결국 약을 먹이는 수밖에. 인간에게는 말라리아치료제로 쓰인다는 약을 3일치 처방받고는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녀석은 아무런 저항이랄것도 없이 말그대로 병든 닭모양 축 쳐저 꼼짝을 않는다.

<병원에서 대기중인 스양.>

사무실에 옮겨놓은 집에 들여다 놓아도 꼼짝못하고 앉아만 있더니 이내 힘든듯 눕는다. 녀석이 다시 살아날지 잘 모르겠다. 암튼 약을 먹여야 하니 어금니 사이로 노란색 약을 강제로 삽입할 밖에.


다음날도 별 차도가 없더니 하루가 더 지나자 조금씩 생기를 찾아간다. 3일째 약을 다 먹고는 언제 아팠냐는 듯 간식을 달라고 내 자리 옆에 와서는 멀쩡히 앉아서는 기다린다. 너무 간식을 자주 주면 안되는데 와서 애원하는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아플때는 우습게도 대소변을 가리기 위해 1층까지 내려는 가는데 올라올 힘이 없어 계단앞에 주저 앉던 녀석이 조금씩 몇계단씩 오른다. 그만큼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잇몸을 들춰보아도 조금씩 핏빛이 되돌아오고 있다. 바로 죽지는 않을 모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먹는 양도 늘어나고 활동양도 늘었다. 이제는 1층 리사무소 앞마당과 2층 사무실을 오가며 아무런 제약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어찌됐든 살아나서 반갑다. 그래서 인가. 이녀석이 한결 더 식구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녀석을 산과 들을 마음대로 뛰어놓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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