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는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세상 물정이 밝은 사람이다. 길 위에서 사람들을 인솔하고, 계산도 하고, 가게 추천도 하고, 설명도 하고, 버스도 지하철도 가장 빠른 것으로 탄다. 많이 공부하고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수신기를 이용해 라디오처럼 음악을 선곡하고 인생의 명언도 쏟아낸다. 수많은 인연 중에 '우리가 오늘, 이날 가이드와 손님으로 만났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하루를 밀도 있고 가치 있게 보내고자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하는 말을 여행자들은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경청하니 소통의 만족감이 높을 것이다.
처음부터 가이드였던 사람은 없다. 한국에서 몇 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여행을 하다가 머리를 땅 치는 경험을 하고 가이드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가이드는 한국에서 야근을 끼며 일만 했다고 했고, 또 다른 가이드는 한국에서는 꿈을 말하기가 사실 힘들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들도 한국에서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렸을 때 꿈꾸진 않았지만 전향적으로 통로를 틀어 직업도, 사는 곳도 바꾸는 경험을 가졌다는 게, 내 눈에 진귀해 보였다. 그런 직관과 선택은 대체 언제 오게 되는 걸까.
만나본 가이드들 중 대다수가 지금의 생활에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점이 참 부러웠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그리고 항상 꿈꾸며 사는 것 같아서. 어쩌면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라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면서도, 이날은 꼭 그런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