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아시시로 향하는 날, 우리에겐 시간이 많았지만 열차 하나를 놓쳤다. 절대 늦어서 놓친 게 아니었다. 표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어서 그랬다. 그 와중에 이탈리아 아저씨가 우릴 도와주려 했는데 경계하느라 따라가다가 말았다. 혼돈의 트렌이탈리아였다. 기차 하나 '안녕' 하고 특급가격으로 젤라또를 먹었다. 추억만들기를 위해 기차 하나를 보낸 것이다.
다시 산 표로도 기차를 또 놓칠 뻔 했지만 우야둥둥 아시시에 도착했다. 온동네에 풍기는 꽃향기,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노을, 야경... 아시시는 반하게 만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게다가 숙소도 우리가 묵어간 곳 중에 가장 좋았다. 대부분 도미토리룸을 예약했지만 로마에서는 사람이 많아 2인실, 아시시에서는 사람이 없어 2인실에 묵게 되었다. 비행기도 특별하게 타고 왔는데 숙소까지...... 여행 중에 행운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늦게 도착해, 늦게 아시시 돌아보는데 이 작은 도시의 숙소가는 길마저 잃어버려 아무렇게나 아래 쪽으로 걸었다. 근데 또 그 모습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뻤다. 일상에서 길을 잃었다면 지하철을 놓치고 시간을 버리는 일이었겠지만 여행 중에는 그 모든 것들이 에피소드가 된다. 그래서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재밌다. 열차에서 엄청나게 뛰었던 장면. 한국멍청이들과 같이 뛰었던 유럽멍청이, 미국멍청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