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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Aug 30. 2021

영원한 꽃내음,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유럽여행 이야기 일곱 @이탈리아 아시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아시시를 방문할 당시, 나에게 아시시는 그저 꽃내음이 나는 이탈리아의 예쁜 소도시에 불과했다. 여행 책자를 통해 속성으로 이 도시에 대해 공부하다 작은 글귀 하나를 발견했다. 시적으로도 아름다웠다.


이 글귀는 알고 보니 아시시를 대표하는 성인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라는 기도문이었다. 아침에 슬쩍 보고 아시시를 다 돌아보고 나서도 기억나는 걸 보니 그 당시 나는, 이 기도문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종교 없이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교정하고, 마음을 너그러워지게 하는 문장이었다.


<평화의 기도>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쓰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그릇됨이 있는 곳에 참됨을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나를 잊음으로써 나를 찾으며
용서함으로써 용서받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부유한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스무 살 때 회심(回心)하여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다고 한다.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탓에 이웃의 불행을 지켜보며 괴로워했다고...... 상처 입은 그는 자주 지친 마음을 신앙에서 쉬며 온 힘을 이웃에 봉사하는 데 썼다.


현 교황의 이름도 이 성인의 이름을 딴 '프란체스코'!

청빈하고 순수한 한 생애가 발화해, 21세기 유럽 여행자인 나에게까지 닿은 것이다.


사랑을 품은 마음과 거룩한 행동이 신비로운 건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로 인해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꽃내음 나는 평화로운 도시로 기억하는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를 알고 나니 그 생애의 향기가 더불어 내 마음에 머물렀다.

이곳으로 향한 발걸음을 오래토록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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