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야기 열여섯 @스위스 슈피츠
드디어 이태리 외에 다른 나라로 간다. 스위스로 가는 기차에 탔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으니 기차에서도 여권 검사를 했다. 내 옆자리에는 나와 인사를 나눈 흑인 남성이 있었다. 멀리서 여권 검사를 시작하자 잠자듯 엎드리는 시늉을 하더니, 여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나가게 되었다. 약간 씁쓸했다. 그 남성은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이태리와 똑같은 반도국가지만 북한에 가로막혀 '그냥 섬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언제쯤 기차로 국경을 넘어볼 수 있을까.
다시 시선을 기차 창밖으로 돌렸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 이어졌다. 여정 자체가 좋았다. 기차 창밖을 헤벌레 보다가 스위스 슈피츠 도착했다. 이곳은 경유지로, 인터라켄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려고 들리게 되었다.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곳이 다 있을까.
드림랜드인가.
토익책에서 본 것 같은 한적한 서양 풍경이다.
그 풍경이 실제로도 존재하는구나.
꿈같았다.
이 자연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건지 스위스 사람들은 평화롭고 친절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길 알려주겠다며 가던 길 바꾸던 청년, 아무 부탁도 안 했는데 너무 관광객 모드인 내게 먼저 사진 찍어주겠다고 한 노인들, 유람선이 지날 때마다 서로 손 흔드는 사람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 좋았다.
물 색깔이 왜 이래요.
아름답다, 아름답다.
스위스에서는 동행 친구와 출발 전부터 다른 계획을 짰었다. 처음으로 혼자 다니게 돼서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불안했다. 스스로 계획한 여행에 계속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확인을 몇 번이고 해도 왠지 내가 찾은 건 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면서 블로그에서 찾아봤던 그 그림들이 나오니까 그제야 '아~ 내가 찾은 게 맞았구나. 나를 좀 믿어도 되는구나' 하고 여행 전반에 자신감이 생겼다.
드디어 숙소 도착! 한국인들이 진짜 많은 숙소였다. 그분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한참을 얘기하다 방에 들어갔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Hi, Hi, Hello" 소리가 도미노처럼 들렸다. 다 닮은 사람 여러 명이 날 되게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USA 한 가족이었다. 8인실 도미토리룸이었는데 7명이 모두 한 가족이라니 재밌는 광경이었다. 미국인 가정집에 홈스테이 하듯 모든 것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