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야기 서른둘 @스페인 그라나다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스페인 열차에서 무척 사색하기 좋은 시간을 가졌다. 창밖에 펼쳐진 스페인의 넓은 땅을 보면서 멍하게 노래를 들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다고 느꼈다. 기차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무려 여행 베스트.
그라나다 도착했다. 세비야가 꽤 더웠던지 그라나다는 선선한 날씨였다. 알고 보니 그라나다가 고지대라서 그렇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유럽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오는 곳이니 말 다했다.
미리 예약한 그라나다 민박에서는 투어도 같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알바이신, 플라멩고 공연, 알람브라 궁전을 둘러보기 전에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집시들의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국기를 설명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스페인 기차를 타면서 노란색 땅을 많이 봤을 텐데(진짜 많이 봤다!!)... 그게 스페인 국기에 국토를 상징하는 황금색이라는 점, 적색은 국토를 지킨 피를 상징한다는 점, 국가 문장 아래에 석류꽃이 그라나다를 상징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라나다가 스페인 국기에 이렇게 단독으로 나올 정도라면 정말 중요한 도시구나 싶었다. 스페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시 말이다.
이곳에서는 1박 2일을 보냈지만 알차게 배우며 돌아다녔고, 민박집 사람들이랑도 많이 친해졌다. 특히 남자 두 분은 스페인 여행 뒤에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스페인어를 공부해 자격증까지 따며 왔고, 현지에서 스페인어를 쓰며 다녔다. 멋지다, 그들의 청춘!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빌딩 숲을 미루고 더 넓은 세상을 유랑하는 사람들.
나도 꿈꾸자!'
밖에 나와보니 생각의 크기가 큰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고작 한 달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그렇게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제야 첫 해외여행을 온 거라고 했더니 남자 한 분이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며 앞으로는 더 많이 해보라는 말을 해주셨다. 늦게 배운 도둑질, 그거 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