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이슬람을 간직한 도시

유럽여행 이야기 서른넷 @스페인 그라나다

by 알아주다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난 후 저녁에 세계문화유산 알바이신(Albaicin) 투어를 했다. 낮의 정취는 어떨까 궁금해서 다음날 아침, 다시 알바이신으로 향했다. 알바이신은 그라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지구로 이슬람교도들이 처음 요새를 쌓은 성채 도시이다. 특이하게도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길은 비탈지고 꼬불꼬불한 L자형으로 이어져 있다. 마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쉽게 들어올 수 없게 지형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이슬람교도들은 생활 속 불편을 감수해 도시와 생명을 사수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 이슬람 왕조의 영토로 지키기 위해 최후까지 저항했던 곳이 되었다. 스페인에서 마지막까지 이슬람을 간직한 도시라는 뜻이다.


만약 이런 배경 설명 없이 알바이신을 방문했다면 하얀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쯤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리스 산토리니도 아니면서 그만큼 예뻤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하얀 집이 또 이슬람의 상징이라고 한다.



민박집 사장님께 들은 또 하나 재밌는 이야기. 서양 사람들에게 알바이신의 기와 지붕과 경복궁의 기와 지붕을 보여주면 그 두 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기와 지붕의 모양이 동아시아의 문양과도 닮아 있었다. 유럽 사람들도 이국적으로 느낄 정도라면 스페인은 이슬람 문화가 머물고 융성했던 장소가 확실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내가 스페인에 오지 않았다면 이슬람 정권이 스페인에 머물렀다는 걸 몇 살까지 몰랐을까.


내려오며 들린 알바이신 기념품 가게에도 이슬람의 흔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초 좋아하는 친언니를 위해 화려한 등을 사오고 싶었지만 유리라서 고민됐다. 결국 내려놓고 늦은 후회를 하듯 다른 곳에서 '화려한 등'을 탐색하게 되었다. 다음 도시에서는 그처럼 화려한 등은 없었다. 여행 갔을 때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사야 한다는 언니의 말은 진리 중의 진리였다. 다음 기회는 없다!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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