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 야간기차를 탔다. 야간기차는 땅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타볼 수 없는 침대가 있는 기차다. 구조가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 봤던 해군들 침상 같았다. 엎드려 엽서 하나를 쓰고도 계속 들떠 한참 창밖을 구경하다가 잠이 들었다. 12시간을 달려 아침이 되니 창에 바르셀로나의 바다가 걸려 있었다. 같은 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어 이 좋을 걸 혼자 보게 되었다. 유럽여행 내내, 첫 여행에 들뜬 나는 이동하는 중에도 잘 잠들지 못했다. 신나서 늘 각성돼 있었고 자주 창밖 풍경을 구경했다.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해 한숨 덜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람블라스 거리를 천천히 걷다보니 포트 벨 항구에 이르렀다. 콜럼버스 동상이 손을 뻗고 있는 곳이었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봄가을 같은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분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며 다니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하면서 둥글둥글한 바르셀로나의 바닷바람. 바람 타고 물이 나에게 밀려왔다. 그 모습을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동안 어딜 그렇게 들어가려고만 했었냐며, 나오니 참 좋지 않냐'며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그렇게 느껴 이 순간이 참 좋다고 느꼈다.
바람이 물었다, 나오니 참 좋지 않냐고
저녁에는 숙소 사장님이 '아름다운 거리'라고 소개해주신 고딕 지구(바리 고딕)를 돌아다녔다. 시위도, 축제도 많이 한다는 산 하우메 광장에도 갔다. 바르셀로나는 가로등 공모전을 하기도 한다던데 일정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특색있는 가로등이 등장했다. 산 하우메 광장의 가로등은 하늘에 화단을 올려놓은 듯 예뻤다. 주홍 가로등과 파란 하늘, 그리고 옛 건물들......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피사체와 풍경 앞에서 또 한참을 '찰칵'거리다 숙소로 돌아왔다. 하나같이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