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야기 서른다섯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은 궁전이지만 무슬림 세력이 스페인 땅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이라 요새의 기능도 했다고 한다. 이 궁은 이슬람 건축(아라베스크 문양)의 정점인 건축물이자 고도가 높은 곳에서도 계속해서 물이 흐르는 오아시스였다. 이 때문에 그라나다를 점령한 이사벨 여왕은 이슬람 색깔이 짙은 이 궁전을 빼앗으면서도 보존할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과 과학적임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스페인 시인 프란시스코 이카자는 이런 시구를 남겼다고 한다.
'그라나다에 살면서 눈이 먼 것보다 인생에서 더한 시련은 없을 것이오'
먼 한국에서 이곳을 찾은 나는, 스스로 알지도 못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게 된 건 그 후에 더 읽어본 것이고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꽃박람회를 온 듯 돌아봤다. 알람브라 궁전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정원에 있는 꽃이 충격적으로(!!) 예뻐서 꽃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특히 쌀알만큼 작은 꽃을 찍을 때는 내가 정말 얼간이 같이 느껴졌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는 얼간이, 궁전을 보지 못하고 꽃을 보는 얼간이. 이렇게 표현하면 와닿을까.
갔다 와서 사진을 보니 사진만 봐도 궁전 내 물소리가 들린다. 타레가가 왜 트레몰로 주법으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곡을 연주했는지 알 것 같다. 많이 들었던 이 음악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거구나. 여행 후에도 계속 1일 1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