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둘러보았던 세비야를, 밤에도 똑같이 보러 호텔을 나왔다. 유럽여행에 동행한 친구는 쉬는 걸 선택해서 혼자 걸었다. 구시가지를 덮는 노을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순간, '이 좋은 걸 친구도 봐야 하는데...... 안 간다고 해도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분명 좋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만큼 밤의 스페인 광장은 황홀했다. 비유하자면 누군가 이벤트 해준다고 온 바닥에 촛불을 켜 놓은 것 같았다. 세비야가, 아니 유럽 전체가 밤에는 이리도 그윽하게 변한다. 사랑스럽게시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아주 천천히 걸었다. 모든 걸 눈에 담아 가고 싶었다. 아침부터 마차에 메어 있던 말들도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렇게 좋은데 말들은 그렇지 못한 듯했다. 야근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축 냄새, 똥냄새난다고 손을 이래저래 흔든 것은 아마 그들을 더욱 서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Lo siento(미안해).
관광지의 말들이 불쌍하다. 전혀 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채식주의자들이 혹시 이런 마음으로 육식을 끊는 걸까.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