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호강이 뭐 별건가요
발리에서 무려 세 번이나 마사지를 받았다. ‘한 번쯤은 꼭 받고 싶다’ 정도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는데, 의외의 수확이다. ‘발리 첫 번째 집’에서 남편과 교대로 한 번, 바틱 체험 후 즉흥적으로 다 같이 한 번, 그리고 ‘발리 세 번째 집’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첫 번째는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고, 두 번째는 나와 남편이 발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이는 매니큐어를 장난처럼 바른 것뿐이라, 온 가족이 한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던 세 번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졸졸졸 욕조에 물 받는 소리를 ASMR 삼아 세 가족이 각자의 베드에 누웠다. 아이는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초콜릿 마사지와 우유 목욕을 골랐다. 말만으로도 향긋하고 매끈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조합이다. 초콜릿 마사지는 진짜 초콜릿으로 마사지해 주는 것은 아니고, 초콜릿 향의 오일을 사용하는 듯했다. 마사지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까르르까르르 웃어댔고, 덕분에 나도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는 짧은 마사지 후 욕조로 이동하여 우유 목욕을 이어갔다. 이 역시 진짜 우유를 콸콸콸 붓고 하는 목욕은 아니었다. 아이가 신이 나서 물장난하는 소리를 들으며 마사지를 받는 게 참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장난인지 실수인지 욕조에서 물 빠지는 소리가 몇 차례 났는데, 옆에서 전담마크하고 있던 직원이 바로 수습해 주어서 든든했다.
나는 90분, 남편과 아이는 60분 코스를 선택하여 둘은 먼저 방을 나섰다. 받기 시작하면 거의 바로 잠드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마사지를 받으며 자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날은 피곤했던 건지 긴장이 풀린 건지 홀로 마사지를 받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고 나니 깊은 이완이 되었는지 아주 개운했다. 남편과 아이가 먼저 떠난 고요한 대기실에서 차를 마시며 리조트 경치를 감상하는 시간도 편안하고 좋았다.
아이는 두 번의 마사지숍 경험 중 어떤 게 더 좋았을까? 할머니 관리사가 장난스럽게 매니큐어를 발라줬던 곳에서 더 즐거워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나저나 만 네 살에 마사지에 입문하다니, 우리 아이 호강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