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가 나이 들면 기억이 옅어질 것이다. 그 기억들을 기억한다.
살아가면서 어깨에 메고 다녀야 하는 게 있다면 글쓰기도 포함 일 정도로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글쓰기가 어느 날 갑자기 큰 무기가 되어서 내 인생을 확 바꿔 놓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고 글 실수에 의해서 꼬여버리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우선 나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 두려움이 없다고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곳에 주절거리는 글들은 나의 메모일 뿐이라서 생각나는 대로 써나갈 뿐이지 책을 써야 하는 글이라면 부담스러움에 몇 번의 퇴고와 수정을 해나갔을 것이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직장 생활의 시작은 글로 시작하고 글로 끝난다.’
신입사원 때, 글 잘 쓴다고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나중에 대충 쓴 글도 동료들은 좋은 글로 받아들이고, 너무 형편없는 글도 그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글을 쓸 상황이 아니었구나 라고 마음속의 옹호를 한다.
하지만 첫 이미지가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으로 자리 잡으면 그 이미지를 바꾸기 힘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점점 위축되어 더욱 글과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대부분의 리더는 글을 잘 쓴다.
리더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잘 쓰기에 리더가 되었다.
글을 잘 쓰게 된 것은 책을 많이 읽었기에 그럴 것이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리더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처럼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해왔던 방법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문예부 생활을 하면서 교과서 보다 시집이나 수필을 더 가까이했었다.
당시 어느 선배의 시 연습장을 복사해서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시보다는 글씨체가 너무 이뻤다.
그래서 그 복사된 시 연습장 위에 연필로 글씨 흉내를 내면서 따라 써봤던 적이 있다.
어느 순간 글씨체를 비슷하게 따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글을 쓰는데 그가 썼던 글에서 봤던 단어와 비슷한 문장들로 글을 쓰고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와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면 닮아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가 있거나 기억해두고 싶은 표현이 있으면 연필로 줄을 그어둔다.
연필이 없으면 접어두어서라도 그곳을 표시해두었다.
어떨 때는 책의 접은 곳이 4, 50여 곳이 되어 기형적으로 한쪽만 불룩한 책도 있었다.
과거에는 줄 그어둔 부분을 글로 썼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옮겨 써보는 정도 하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그 메모해 두었던 글들을 읽으면서 그곳에서 힌트를 얻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천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글을 쓰는 것에 불편함이나 부담감이 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남들보다 그리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글을 많이 써 본 것도 아니라면 나와 같은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도 글을 썩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아마 저 고등학교 시절에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나보다 아이는 책을 많이 읽는다.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말리지는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그 자체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다.
책으로 속을 채우면.
이제 그 속에 든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하니.
그 중에 제일 첫걸음이 컴퓨터 타이핑이다.
빨리 칠 수 있게 꾸준하게 하자~
- 9살 늦겨울, 한글과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