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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Aug 01. 2021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었지? 싶은 B컷 사진첩#.3


무지개라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프리즘으로 빛을 분해해서 보게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직 후 첫 출근날, 돌아오는 버스에서 딱 내리고 고개를 돌려 집으로 향하려던 순간 나는 속으로 ‘와’하고 놀랄 수밖에 없는 광경과 마주했다. 굉장히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하늘을 크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큰 무지개는. 너무 커서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하나의 무지개를 보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왠지 뭉클해졌다. 같은 무지개라 할지라도 내가 현재 서 있는 쪽에서 바라볼 동안,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각각의 시선에 맞는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외모도, 성격도,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그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을 무수한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걸 보고, 감탄을 내뱉고, 각기 다른 희망을 품고 집에 돌아갈 것을 기대하며. 


 같은 무지개를 보며 다른 희망을 품어가기를.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회사로의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기까지 사실 약간 두려운 것도 있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더라면 익숙해진 곳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평안하게 지냈을 것을 포기한 것에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싶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적응을 하고 지내기 위해서는 고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만 조금 지난다면 다시 익숙해지겠지만, 그 익숙이 찾아오기까지 걱정과 두려움으로 밤잠 설치는 소심함을 갖춘 나로서는 이 순간이 정말 싫을 때가 많다. 그럼 또다시 내 선택에 후회를 해본다. 잔잔한 호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고생스러운 계곡을 택했을까, 하면서. 그렇지만 거처를 옮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또 ‘이다음’을 생각하고 있는 나는 늘 도전하는 삶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남들보다 시작이 늦어서 그랬던 것도 같다. 대학을 바로 입학하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친구는 10년 차가 되고, 못해도 최소 6~7년 차는 되어있는 친구들에 비해 이제 겨우 4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는 늦게 시작했다는 압박감에 ‘쉬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주말에도 왠지 늘어지게 누워있으면 혼자 불안해하곤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 알게 모르게 나를 누르는 압박들이 20대 시절에 비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 뭘 향해 달려가야 하는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 같던 20대 시절에 비해, 지금의 나는 그 안갯속에 쌍 헤드라이트를 켜고 한 30m 앞 정도는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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