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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라 Sep 08. 2020

오늘을 낭비하기 가장 좋은 방법

'최선을 다해 우리 둘이 오늘을 낭비해요'


Papillon asked what crime it was.

빠삐용은 무슨 죄냐고 물었다.

He replied, “The crime of a wasted life.”

그는 "인생을 낭비한 죄"리고 대꾸했다. 

Papillon wept, “Guilty, guilty.”

빠삐용은 흐느꼈다. " 유죄다, 유죄" 

The judge pronounced the sentence of death.

판사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 영화 ‘빠삐용’ 중에서 



 우리는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경계한다. 허튼 데 시간을 쓰게 될까 봐 간혹 조마조마하며, 이 일을 포기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따지고 또 얻어지는 가치를 매기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렇게 손에 쥐어지는 것들을 보며 조금의 안도감을 느끼고, 또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며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기도 한다. 


 낭비의 반대말은 절약이고 절제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고 욕구와 욕망은 절제한다. 뭐, 사전적인 의미로는 맞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절약하고 절제하면서 얻어진 그 시간을 정작 어디에 쓰고 있는지 가끔 의문이 든다. 


  살다 보면 아주 우스운 것이 있다.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를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명목으로 시간을 절약하는데,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행복을 멀리하고 나를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진짜 행복을 위해서는 인생을 좀 낭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친다면 ‘연애’는 인생을 낭비하기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뭘 하든 하루종일 한 사람만 주야장천 생각이 나고, 그 사람과는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좋고, 봤던 영화를 또 봐도 좋은 것이 연애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거리는 게 혼자라면 조금 잉여롭게 느껴지겠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낭비벽이 있는 사람인지라 가끔 연애를 하지 않고 흘러가는 모든 날들이 헛되이 느껴질 때도 있다. 내 청춘을, 이 젊음과 열정을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지나쳐버리는 것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게으른 사람도 아닌지라 그 시간에 남들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이나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주히피의 ‘오늘을 낭비해요’라는 곡이 있다. 


오늘만은 더 다정하게 

더 따듯하게 말해줘요 내 맘을 안아줘요

오랜만에 생각은 말고 

최선을 다해 우리 둘이 오늘을 낭비해요


- ‘오늘을 낭비해요’ 가사 중 


 나는 이 가사가 참 좋다. 최선을 다해, 우리 둘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낭비하자는 가사가 우리가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하는지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만약 인생을 낭비한 것이 죄라면 연애를 할 때마다 내 형량은 조금 늘어나겠지만 살면서 어떻게 죄 한 번 안 짓고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신호등도 잘 지키고, 길 가다 침을 뱉지도 않고, 사람을 때린 적도 없으니까 그 정도 죄는 좀 짓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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