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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Jun 05. 2024

기억력과의 싸움의 슬픔

잠의 강박

잠이 들었다. 몇 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건축주와 저녁식사가 있었고, 와인 한잔을 했었다. 침대에 누워 졸음이 쏟아지는 걸, '지금 자면 새벽에 깰터인데... ' 잠들기를 거부하다 잠이 들었다. 나의 의식은 잠을 이기지 못했다.


깨었다. 태양이 있는 아침이면 좋으련만 검은 새벽이다. 다시 잠들기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행위가 바뀌었다. 의식은 잠들기를 무의식은 깸을. '지금 잠이 깨어버리면 내일 (인간이 정한 시간에 의하면 오늘이 된다.) 하루종일 피곤할 터인데... '. 돌아오는 의식을 다시 저편으로 보내버리려 안간힘을 썼다.


이미 깨어버린 의식은 의무적 일들이 주룩주룩 쌓여있는 현실마저 상기시켜 버렸다. 행동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쳇바퀴 돌고 있던 요 몇 주의 나의 삶을 소환했다.  


나는 노트와 아이패드를 들고 거실의 식탁으로 향했다. 행동하자고.  plan B이다. 깨었다가 아침 일찍 다시 잠드는 방법이다. 아침 한 7시쯤? 다시 잠들자고. 어쨌든 오늘도 나는 피곤할 거다.  나의 잠의 강박은 오늘도 의식과 무의식을 오간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서, 더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 내가 본 것, 읽은 것 기억해 야만 한 것들이 머리에 잘 담겨 제때 뿅뿅하고 뽑아내주면 좋으련만, 사실 뇌가 깊은 서랍에 넣어두고, 마치 어느 서랍에 넣었는지 잊어버린 나사 빠진 아이 같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그것을 찾는 것이 아니어도, 생각만으로도 그것을 찾다 보면 뇌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느끼는 감정이 들게 된다. 이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 과중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뇌에 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이게 악순환인 게, 질서를 잃어버린 일과에서 우리가 느끼는 당혹함을 생각해 보면 쉽다. 해야 할 일은 더 쌓여가고, 해결은 늘 어렵고, 찾느라 시간 쓰고, 이런 뇌에 적응하는데 마음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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