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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ug 08. 2023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사치 코울 에세이


여자라고, 백인이 아니라고, 뚱뚱하다고
우리가 우리라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 관한
시니컬하고 유쾌한 수다



우리는 인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그러나 인도 혈통의 이민 2세대인 사치 코울도 인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서 감출 수 없는 인도의 흔적을 통해 '캐나다(특히 토론토)가 다문화를 지향한다 천명하지만 때로 인종에 관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거나 복잡한 문제로 여겨지는 걸' 본다. (93p,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이 책이 매력적이고 특별한 이유는 '인도 여성인 동시에 인도 여성이 아닌 코울의 이야기'가 '인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278p, 옮긴이의 말)


'북미에 거주하는 젊은 아시안 여성'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는 한편, '인도인을 야만인이나 동물 취급하며 그들이 퇴행하고 있다는 식의 썰을 푸는 것에 질색'해야하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풍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답을 내리지 못하는(116p) 모습을 아시아 본토에서, 인도와는 전혀 다른 한국계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이해할  같으면서도 이해한다고   없는(해서는  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북미와 달리 아시아는 한 덩어리도 아니다.


주위의 갈색 피부 사람들은 '북미 대륙에서는 먹히지도 않는 카슈미르인들의 우월 의식과, 피부색 옅은 사람들의 지배 의식을 그녀의 머릿속에 욱여넣었다.'(89p) 마치 한국인들이 다른 아시아인 전체에게 그러하듯이. 우리는 백인을 비판할 수 있지만 카슈미르인을 비판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제발 흑인이나 갈색 피부에게 쫄지도 말고 피해의식도 갖지 말았으면. 한국인은 '아시안'이라는 약자성과 '하얀 피부'라는 지배자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별로 누리는 것이 없더라도 굉장히 자유로운 동시에 기회주의적일 수 있다.)




우리는 그들과 달랐고 나는 계속 그렇게 다르게 살기로 굳게 결심했다. 내가 받은 모든 금색 장신구를 옷장 서랍 안에 숨겼다. 그것들 때문에 내가 타자인 것이  난다 여겼기에 완강히 거부했다(지금은 장신구 하나하나를  착용한다. 어떨  여러 개를 한꺼번에 하기도 한다. 다른 타자들에게 나도 타자임을 알려주는 신호랄까).

-73p,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부모님은 그녀의 하얀 피부, 야리야리한 눈동자, 두드러진 '백인' 특징을 보고 축복받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밝든 어둡든 어차피  갈색이어도 밝은 갈색 쪽이 낫다고 여겼다. 그건 판에 박힌 셰이디즘이었다. -79p,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당신이  출신을  집어 얘기하지 못한다는  동시에 내가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93p,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일반적으로 트위터는 에테르라는, 형체를 어떻게든 바꿀수 있는 무한한 파괴력의 원천에 대고 유저가 고함치면,  에테르가 다른 형태의 유저로 뭉쳐져 처음 고함친 유저의 면전에 대고 다시 악을 쓰는 장이다. -145p, 트위터는  땅이다


흑인 여성과 인도인 여성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집단이 각기 느끼는 정도나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인종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리나가 털을 기르는 것은 반항이다. 그렇지만 갈색 피부 여자가 털을 기르는 ? 그것은 폭동이다.

-212p, 털털하지 못한 




손으로 강물을 모아 다른 강물로 옮겨갈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움켜쥐고 살아갈  없다.  손아귀 사이에는 너무나도 틈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강물로 가고 싶으면 그저  물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238p, 집으로 가는 


'사랑에 빠졌어' 말은 지극히 수동적인 사람이 쓰는 표현으로 들릴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진짜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랑에 빠져버린다. 폭신한 금가루로  모래사장에 실수로 빠졌다 헤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249p, 어떻게든 되겠지


반항과 사랑, 둘다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근데 지금 나는  가지를  해내야 한다.  불공평한 상황이 여전히 버거운 나는 아빠를 그냥 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는 그를 알고  역시 나를 알기 때문에 더욱 그를 제쳐버려야 했다. 완벽하지 않았던 아빠의 인생은  여생의 청사진이나 다름없다.

-270p, 어떻게든 되겠지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치 코울,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치 코울, 환영받지 못할 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논쟁하기를 즐기는 사치 코울. 그녀의 무모하고 날 선 자신감이 부러웠다. 그래. 코울처럼 감추지 말고, 마음껏 드러내고, 영감하게 싸워보자. 더 말해도 된다. 더 큰 목소리로, 더 큰 제스처로. 우리는 우리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있다. 수다는 힘이 되고, 나눌수록 강해지니까.

-280p, 옮긴이의 말(작은미미, 박원희)




https://brunch.co.kr/@swover/85


캐시  , <마이너 필링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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