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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May 23. 2023

호캉스의 완성은 서브웨이

모든 구역의 샐러드 맛집, 알고 있었어?

책을 읽다가 샌드위치나 피자를 주문하게 되는 날이 많았다. 특히 지금 읽고 있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피자를 부르는 책이다. 그것도 나폴리 피자.  떠나서 너무도 취향저격한 책이고, 작가라서 당분간 거의 모든 에세이에 소환될  같다. 엘레나 페란테 이전에도 나는 피자덕후였고, '나는 피자덕후다'라는 에세이를  적도 있으며,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 읽을때도 냉동피자와 홈메이드 오픈 샌드위치-주로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만드는, 빵에 있는 재료  한두개만 맥락없이 올리는 실용적인 음식- 대한 욕구를 다스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 서브웨이 샐러드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다들 서브웨이는 샌드위치 가게로 알고 있다. 처음 방문했던 서브웨이는 왠지 망원동이었을 것 같지만, 그때 살고 있던 동네는 홍은동이었다. 거의 십년이 되어가니 기억이 확실할 리가 없다. 서브웨이를 두 번 이상 방문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든 지점의 인테리어가 똑같다. 어느 지점에서 '그래 이 맛이야'를 외쳤는지 알게 모람. 어느 프랜차이저든 처음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맥도날드는 롯데리아 경험치로 뚫을 수 있는 유사 브랜드-어쩌면 엄마 브랜드지만 지금 아주 흔해진 서브웨이가 십 년 전에는 조금 특이한, 새로운 세대를 위한 가게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정신, 새로움으로 나를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은 충동적으로 그 문을 열게 했다.


입장 후 처음 결정해야하는 질문, 그러니까 처음 제시해야 하는 주문은 '주재료/메뉴 이름'과 '샌드위치 길이'였는데, 여기서 다들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샌드위치 풀 사이즈에 들어가는 재료만 빵 없이 주문하는 '샐러드' 메뉴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샐러드 위주로 주문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마 십년 전에는 안 그랬을걸? '빵모닝'이라는 글로 시작한 시리즈임에도 서브웨이 첫 날부터 '빵을 빼고' 주문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브랜드의 왠지 모를 '신선함'에 이끌려서 들어갔는데, 굳이 '빵'까지 먹지 않아도 되는 '야채 많이' 메뉴가 있다는 발견을 하고 이왕 신선하게 먹을거면 빵 없이 신선함 두배, 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주문한 메뉴는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양파 피망 할라피뇨'  샐러드였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이탈리안 소스가 결정적인  수였다. 고백하자면 이탈리안 소스가 사라진 이후로 예전만큼 설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오이나 토마토, 아보카도가 생각날 때면 서브웨이를 찾는다. 다른 샐러드 맛집도 있지만 기본 채소에 토마토 대신 방울토마토가 들어가고 오이는 대부분  들어가니까, 서브웨이 특유의 채소향이 그리울때는 서브웨이에 가야한다.




지금으로부터 8 , 8 초에 남대문에 있는 R호텔에서  서울 호캉스를 했다. 물론 호텔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R호텔 정도 되는 호텔은 처음이었고, 미리 계획한 호캉스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혼자 체크인을 하는 어색함은 이십대 중반, 졸업 후에 맞은  여름-진짜 휴가는 아니었고, 당시 빨간 날이었던 제헌절이 화요일이라 샌드위치에 연차(월차) 더해서 3 4일을 확보한 사회초년생의  혼여행으로 이미 극복한 상태였다. 비록 이십대의 혼여행은 그걸로 끝이었지만 그때  대담함이 나홀로 도쿄 후발대, 나홀로 미국 한달살기로 연결되는 것이다. 도쿄와 미국 사이에, 서울 혼캉스가 있었다. 내내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이런 것까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체크인, 체크아웃은 혼자 했다. 지금의 삼십대 여성들은  정도는 기본일 거라고 믿는다?   전에, 이런 짓을 하는 사람, 그러니까 '젊은 싱글 여성' 많지 않았다. 이십  전에는 스타벅스에  때도 나를 데려가야-나는 어디서든 쫄지 않으니까-마음이 편한 친구들이 있었다니까.


그래서 8년 전 그때, 혼자 체크인을 했고 그 날 시작한 습관이겠지만 체크인 부스가 열리자마자 달려갔다. 집에서 이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시간 맞춰서 출발했고, 막 청소를 끝낸-그렇다고 하자-새 방에 입실했다. 그런데, 점심은 물론 아침도 안 먹었을 것 같다. 밤새 까먹을 간식도 필요하니 편의점도 털어야 했다. 점심 겸 저녁과 야식을 사냥하러 내려왔는데 호텔 앞 서브웨이를 발견했고,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샐러드를 두 번째로 주문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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