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Wanderlust: History of Walking>
(리베카 솔닛, 초판 2001/그랜타판 2014)
방랑(wander)에 대한 강한 욕구(lust)
원더러스트 wanderlust는 문학적 어휘로 '방랑벽', 은어로는 '여행병'이다. 더 친숙한 단어는 '역마살'이다. 원래 '역마살'을 한영번역하다 발견했던 단어가 'wanderlust'였다.
부제는 '걷기의 역사'인데 한국어판의 제목은 '걷기의 인문학'이 됐다. 제인 오스틴의 분신으로 산책덕후 영국언니의 시조새가 된 '엘리자베스 베넷'부터 온갖 문학작품과 에세이와 편지에 등장하는 산책덕질이 총망라된 책이다. <사피엔스>에도 등장하는 에티오피아 화석 '루시'는 물론, 곳곳에 등장하는 선사시대 타임슬립의 비중도 상당하다. 그러니까 '역사'책이다. 정신줄 잡고 들어와야 한다.
영어문화권에서 물리적 이동을 사용한 은유적 표현을 얼마나 흔하게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영어만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류층(upper-class)'과 같은 용어는 영어원문과 함께 수입된 번역문을 통해 자리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서읽기 도전과제로 대장몬스터급이다. <사피엔스> 영어판 읽고 적립한 영어 자신감이 여기서 다 털렸다. 하지만 재미있다.
역사덕후가 아니지만 지리덕후라서 재미있고, 산책덕후 영국언니가 많이 나와서 재미있다. 원제가 <역마살>인데 재미가 없을수 없지. 읽느라 오래 걸리지만 읽고나면 크게 업그레이드된다. 진짜 림보탈출을 하고 고급영어로 도약하고 싶으면 읽어야할 책.
To write is to carve a new path through the
terrain of the imagination, or to point out
new features on a familiar route.
To read is to travel through that terrain with
the author as guide-a guide one may not
always agree with or trust, but who can
at least be counted upon to take one
somewhere. -72p
한줄요약:
작가는 길을 내고 독자는 그 길을 걷게 된다.
Thus we speak of being on top of the world
or at the top of one's field, at the height of
one's ability, on the way up; of peak
experiences and the peak of a career;
of rising and moving up in the world;
to say nothing of social climbers, upward
mobility, high-minded saints and
lowly rascals, and of course
the upper and the lower classes. -137p
한줄요약:
신분 '상승'은 '높은' 곳으로의 이동을 은유한다.
One imagines them wandering purposefully
like hunter-gatherers with the camera
a sort of basket laden with the day's
spectacles, the photographers leaving us
not their walks, as poets do, but
the fruits of those walks. -189p
한줄요약:
현대인은 '인생샷'을 사냥-채집하기 위해 '걷는다'.
여행과 독서의 상호 은유를 어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며, 솔닛의 다른 책이나 산책덕후 순한 맛인 <오만과 편견> 등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