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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Jul 20. 2023

삼복 장마에 포텐터진 싫어증

일상기록 핑계로 무기력을 탈출해보자

어제 도착한 책을 들여놓기만 하고 기절했다. 펀딩한 책이라 도착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알게 된 책 표지가 너무 궁금했지만 언박싱과 인증샷과 자리찾아주기...가 너무 귀찮았고 빨리 잠들고 싶었다.


미라클 미드나잇 기간이라 자고 싶은 시간보다 일찍 뻗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야행성인 내게 미라클 모닝이 꼭 좋은 것도 아니지만 미라클 미드나잇이 되면 모두 잠든 후에 일어나 충만한 몰입의 시간을 갖고 정작 산책을 벼르던 아침이 오면 갑자기 좀비인 척 하면서 잘 궁리를 한다. 오늘은 어제 하지 못한 언박싱 등등을 하고 아, 새로 온 책 서문 읽어야지 그런데 다른 급한책이 있네? 하고 급한 책과 그 옆에 있던 책을 읽다가 점점 딴짓으로 과열됐다.




어제 남은 피자가 있어서 공복과 폭식의 시간을 거치 않고 아주 느리고 행복한 조식을 즐겼다. 덕분에 힘이 남아서 씻고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대신할 타먹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기 위해 갑자기 안하던 설거지를 하고 상쾌함의 시너지를 즐기는 중이다.


지나가던 길에 세탁기를 채운 것은 덤. 섞여있던 흰 옷과 검은 옷을 분리하기만 해도 삶의 질이 올라간다. 그런데 비가 온다는 핑계로 재활용품이 탑을 쌓고 있다. 비가 와도 꿋꿋하게 배달음식을 시키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비를 맞을까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나갔다 오거나,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손을 더럽히기 싫다는 이유로 가지각색의 핑계를 대고 있다.


이건 정말 연애운을 계속 패대기치는 습관이라고 10년 전부터 셀프 세뇌를 하지만 전혀 개선이 안되고 있다. 심지어 그 10년 중 그나마 쓰레기 수집을 안했던 경우는 연애와 리모델링이 패키지였을 때다. 이러려고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닌데, 싫어증을 방치하다보면 싫어증을 방치해도 되는 상태를 바꾸기 싫어진다. 어쨌든 이건 부차적인 이유다.




집밥이 질린 것은 아닌데 집밥을 먹기 위해 짧은 이동을 여러번 해야하는 것이 너무 귀찮아지는 시기가 있다. 게다가 마침 쌀이 똑 떨어져서 쌀과 커피와 국거리를 주문해야 하는데 샴푸 고를때처럼 장보기가 귀찮아지는 시기가 있다.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허기는 만랩인데 식욕이 다 떨어져서 억지로 냉면을 먹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피자를 시켰더니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심지어 이틀째!


식욕이나 싫어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그저 산만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엄청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일요일이라 오히려 안하던 빨래 분류까지 했고, 이 글이 분량제한에 걸리면 빨래와 장보기를 해볼까 생각중이다. 생각하면, 이렇게 나의 끔찍한 싫어증을 폭로함으로써 이제는 그만 싫어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별게 다 다행.




브리타도 교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일 2설거지를 해야 하고 지금 임시 건조대에서 정규 건조대로 승진한 바구니를 씻어서 말리는 중이라 공간이 복잡하다. 원래 오늘 주제는 브리타였는데, 브리타 덕분에 생수 페트병이 없어도 재활용품 쓰레기를 모으는 것 보니 이건 정말 병이다. 물론 수집벽은 유전이기도 하고, 지난 해에 <외로운 도시>를 통해 알게 되었 듯 심리적인 이유가 작용하는 습관이다.


이사할때마다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고 가급적이면 한가지 아이템에 주력하기로 했다. 마지막 이사 전후로 종이쪼가리는 엄청나게 들였지만 옷과 이불은 버리기만 하고 새로 사지 않았다. 심지어 두루마리 휴지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싫어서 12롤 미니팩만 사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비운 공간에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장마의 역할도 크지만 장마와 미라클 미드나잇/모닝의 콜라보라니.




버리지 못한다면 늘리지라도 말아야겠다. 빨래는 급하지 않으니 쌀과 국거리를 주문하고 당분간이라도 플라스틱 용기를 끊어야겠다. 올해는 쓰레기를 많이 줄이고 있었는데 외출이 좀 많아졌다는 핑계로 식사준비를 외주화했더니 감당을 못하고 있다.


아니, 그냥 나가서 먹으라고 셀프 잔소리도 한다. 그런데 2023년 현재 배달이 더 효율적인 메뉴가 훨씬 많다. 언젠가는 혼치맥을 해보겠지만 굳이 치맥을 먹어야겠다면....집에서 먹고 싶다. 치맥 자체가 혼밥하고 싶은 메뉴는 아니다. 배달해서 만족도가 높았던 메뉴는 참치회, 보쌈이었고 불백이랑 주꾸미는 밀키트가 더 좋은데 장보기 의욕이 없을때는 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장바구니에 넣어봐야겠다. 어차피 밀키트도 쌀도 배달할거지만 아는 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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