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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ug 07. 2023

일상을 일으키는 밥과 국과 책

루틴의 코어, 집밥으로 돌아오다

쉬는 시간에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작업 시간에 제습기 하나로 버틸 수 있다. 혹은 좀 덥더라도 땀흘리며 몰입하는 순간을 즐긴다. 즐긴지는 좀 오래됐다. 약 7주 동안 2만 5천자 분량의 픽션을 쓰고(방학 포함) 지난 달에는 플랫폼마다 각각 1만자 분량의 독점 원고를 쓰고(인스타를 제외한 4개 글쓰기 플랫폼) 호환이 가능한 에세이를 각각 2만자에서 4만자 정도 발행하고(재주행 교차 플랫폼 2개) 스레드와 인스타스토리를 병행했다. 발행 횟수와 전체 분량을 계산하고 싶지만 그 시간에 새 글을 쓰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오늘도 수학 동화가 돼버렸다.


몰입을 즐긴 지 오래 됐다는 건, 그 후 8월이 되자마자 술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놀러가서 가짜 야자수 옆의 선베드라도 차지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생의 밀린 문제가 많으니 제끼고 떠나는 건 만용이었다. 정신줄을 잡기 위해, 과일맛 맥주를 곁들여 서평을 쓰고 잔고를 맞추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자다가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에어컨을 끈다. 주말이 되어 진짜 좀 쉬려고 하니까 오히려 잠들기가 어려웠다. 숙면과 호랑이 기운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어제의 작고 확실한 꽁치김치찜 만찬 덕분에 설거지를 했고(씻어놓은 젓가락이 없었다.) 오늘은 집밥이 먹고 싶어서 눈뜨자마자 즉석국을 주문했다. 밥을 먹기 전에 랩톱으로 해야하는 작업을 몰아서 하려고 천천히, 밥을 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빨래를 했다. 결국 랩톱보다 내가 먼저 방전됐다. 책상에서 밥을 먹으려면 장비들을 치워야했다. 그래서 가끔 보조 책상(화장대 뚜껑)에 피자를 놓고 멀티태스킹을 하지만 이틀 전에 먹은 피자는 당분간 냉동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집밥을 먹겠다며 아침(?)부터 (배달)장을 본 이유는 건강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취해 있다가, 술 깨자마자 피자를 먹었으니.... 집밥이 필요한 타이밍이긴 했다. 밥하는 루틴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저런 시간을 기다리며 상큼한 샐러드를 배달시키는 날도 있지만 속쓰릴땐 방금 한 밥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밥 할 기력조차 없을 때는 죽을 배달시키지만 그것도 며칠 전에 해봤다. 그날도 두 팩으로 나누어 시킨 죽이 한 팩(반 그릇)으로 모자라서 두 번째 팩을 열었다가 결국 남겼다.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 위를 달랠 때 밥을 지은 냄비에 남은, 조각을 끓여먹고 아는 맛의 국과 함께 방금 한, 밥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일어나서 왔다갔다할 기력이 있어야 한다. 위에게는 미안하지만 뜨거운 아메리카노 더블샷을 충분히 식혀서 마셨더니 밥 하면서 빨래 하면서 퇴고(한지 얼마 안 된 글의 단순 이동 발행하기)를 할 수 있었다.


아사 직전에 책상을 밥상으로 교대하고 리필없이 작은 공기만 먹었다. 과식하면 식곤증과 불쾌감을 달래려고 누워서 딴짓할 게 뻔했기 때문에, 일부러 보존 가능한 메뉴를 준비했고 (그냥 밥과 국) 식사 후 잠깐 휴대폰을 둘러보고 곧 책을 봤다.




정말 베이직한 밥과 국과 책인데,  루틴이 오랜만이라 아주 상쾌하다. 도파민 대신 건강식을 선택했을 때의 뿌듯함을 기록한 온라인 친구의 글과 사진이 생각난다. 그러고보니, 오늘 눈뜨자마자  포스팅이 생각나서 '도파민' 검색해봤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건강식을 선택한 것이다. 배달식당에 2만원을 지불하고 먹다 남길 정크푸드를 시키는 것보다 배달마트에 4만원을 지불하고 4치의 국과 갑자기 라면천국이  팬트리(냉장고와 침대 사이에서 파티션 역할을 하는 책꽂이의 '틈새') 보완해  계란 여섯 , 바닥이 보이면 불안한 커피 캡슐 등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히 현명하다. 다만 기력이 없다는 핑계로 지난 달부터 과하게 정크푸드를 찾았다.


조금이라도 건강식에 대한 욕구가 있거나, 냉장고를 채우고 밥을 할 기력이 있을 때는 미리미리 장을 봐야 하는데 설거지가 밀려 있거나 다른 할 일이 쌓여 있으면 정말 귀찮다. 비록 설거지를 끝까지 미룬 결과였지만, 그로 인해 어제 설거지를 해둔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오늘은 설거지를 안 했는데도 그릇과 먹을 것이 많았다. 어찌나 뿌뜻했던지!




그런 의미에서....저녁을 건강하게 먹었으니까(시간은 저녁이었지만 나에게는 브런치)....야식은 푸짐하게 (과식 안한다며...??)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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