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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ug 19. 2024

셀럽을 보면 울화통이 터지니?

​우성은 지금의 자리가 편안하지 않지만 익숙하다. 꿈의 계정규모 중 1단계를 돌파했다. 관리하고 있는 모든 플랫폼의 팔로워 수를 필사적으로 더 늘리지 않아도 되는 중간보스다. 예전에는 이쯤이면 알아서 늘 거라고 예상했던 규모다. 현실은 좀 달랐다. 그새 세상이 또 변했다.


우성은 업계에서 주목받되, 사람들이 어디서나 알아볼 정도는 아닌 규모가 적당히 긴장되고 좋다. 더 유명해지면 피곤할 거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종이나 연예인, 인플루언서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사람들.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으나 자신을 알리긴 해야 하는 사람들. 그보다는 더 알려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에 우성은 영화를 많이 보거나 완성도가 높은 리뷰를 쓰려고 애쓰는 만큼, 스크롤을 했을 때 빛나보이는 갤러리로써 자신의 계정을 가꾸었다.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 브리 밴 더 캠프가 반짝반짝 빛나는 세제광고 속의 주방처럼 자신의 집을 가꾸듯 우성은 그렇게 온라인 세계의 홈페이지를 단장했다.


​동기부여를 해주는 사람 혹은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닮고 싶거나 이기고 싶거나. 상업적 콘텐츠라도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면 조금은 도도하게 홍보를 하되 관객의 욕망을 건드릴 것. 브런치작가와 출간작가를 포함해 글 쓰는 사람들과 소셜미디어 내부의 암묵적인 규칙을 지킬 것. 그런데 그 규칙을 평생 모를 것 같은 사람도 있다.




복선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셀럽이 되어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몸치장과 다이어트 콘텐츠조차 안 되는 셀피 무더기를 올리면서 빨간 하트로 표시되는 공감을 쓸어 담는 모습을 관망하다 화가 났다. 배우지망생이었고 (검색은 안 되지만) 아마추어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포함한 필모그래피가 있으며 연기에 도움이 될만한 스포츠를 다양하게 배웠으나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개 백수에 가까운 상태로 삼십 대를 보내는 중이다. 연기 욕심도 커서 액션배우를 지망했는데 속으로는 유명해지고 싶었고 예쁘고 싶었다. 어느 시점 이후로 복선 자신이 느낄 만큼 복선의 매력에 감탄하거나 마비되는 사람들이 폭증했다. 이제는 그녀도 안다.     


복선은 충분히 예뻐졌는데, 아직 예뻐졌다는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여전히 예뻐 보이기 위한 소리 없는 발광을 해야 한다. 대충 입고 대충 바르고 대충 찍어도 하트가 쌓이고 팔로우가 폭증하는 모태 셀럽을 보면 돌아버릴 것 같다. 자신의 몸은 결점투성이고 아무리 피부를 개선해도 멀쩡한 사진을 찍으려면 풀메이크업에 후보정은 필수인 데다 시그니처 표정조차 한 번에 건질 수 없는데, 그런 현실을 가뿐히 뛰어넘는 사람들.


진짜 모태 셀럽이 있다. 그들이 소셜미디어에 발 빠르게 진입했다면 이미 셀럽이다. 분야에 따라 자기가 장악한 그 플랫폼을 넘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입소문이 났다. 인스타그램 전성기를 바짝 누렸던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차라리 노력과 행운의 조합이다. 한국어 문화권 기준으로는 정상급 연예인만 메가, 즉 백만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할 수 있지만 영어나 스페인어 문화권에서는 생판 일반인이 그 숫자를 달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름답고 건강한 갓생을 살면서 최대한 팔로워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가능한 많은 광고를 한다. 그게 삶이고 그게 돈이다. 영어에 미쳐서 그런 외국 언니들을 몇 번 보고 나면 그저 아찔해질 뿐이다.


설국열차의 끝없는 철로에서, ​복선은 자신도 예쁜 사진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인기를 누릴 거라는 희망고문에 갇혔다. 남이 가진 것은 더 커 보인다. 남이 얻는 것은 다 쉽게 얻는 것처럼 보인다. 우성이 맛집 포스팅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는 모습을 보기 전에는 우성의 노력과 행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우성에게 감각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을 거라 막연히 추측하고 우성의 팔로워 규모를 질투했다. 규모뿐만 아니라, 그들의 충성도까지.




강유는 평범하고 겸손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 진저리가 난다. 그저 평범함을 강조하며 모나지 않은 단정함을 은근히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격지심이다. 남들이 못 가져서 안달 내는 스펙을 별거 아닌 것처럼 얘기하면 그걸 못 가져서 안달 내는 마음조차 드러낼 수 없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모난 돌이라 여태 정을 맞다가 한 번도 취업이라고 할만한 취업을 해보지 못한 강유는 그런 평범 코스프레에서 기만을 읽었다. 강유는 파트타이머나 계약직 아르바이트마저 시원하게 해낸 적이 없었고 자주 이직하는 그녀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사정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표정관리를 하다 보니 해탈했다. 그때 알았다. 탈선을 확실히 하면 해탈할 수 있다는 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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