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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Aug 02. 2024

두 천사(1)

할아버지의 생일

그들은 불이 꺼진 등 아래를 빙빙 날아다닌다. 반투명한 흰 옷을 입고 꼬리 잡기를 하듯이 빙글 뱅글 천장을 맴돌았다. 의례를 치러 하루치(내일)의 무탈을 빌었다. 침대에 누워 거실 쪽을 바라본다. 나의 천사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의례.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하는 의례. 도는 속도가 급속하게 되어 천사들의 형태가 하나로 붙어 흰색의 고리가 되면 속도는 보이지 않고 테투리가 너울대는 상태로만 존재하게 된다. 11시 54분에 시작된 의례가 0시에 도착해 소멸되어 간다. 흰 고리가 떼어지고 두 천사는 분리된다. 거의 보이지 않게 투명해진 몸이 다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


8살 생일에 처음 예식을 발견했다. 생일에는 특별한(긴) 예식이 치러지고 매일 치르는 의례는 6분 동안 가볍게 진행된다. 생일의 예식을 보려면 파티를 뒤로 하고 밤 9시에 누워야 한다. 공중에 두 천사가 반투명한 몸을 빈 옷으로 감싼 채 나타난다. 거실 천장에 닿을 듯하게 몸을 가까이하고 꺼진 등을 축으로 느리게 돈다. 매일의 의례에서 보는 흰색의 빛과 달리 꼬리에 푸른빛이 점점이 반짝이다 속도가 급속으로 바뀌면 꼬리에서 작은 불똥이 튄다. 불똥이 튄 천사의 꼬리를 무섭게 다른 한 천사가 따라붙는다. 이 꼬리 잡기에서의 성패에 마치 명복이 달린 것처럼 정성스럽다. 불똥이 튀다 불이 붙은 한 천사의 꼬리를 다른 한 천사가 삼킨다. 불을 삼킨 한 천사가 붉은빛을 내뿜는다. 다른 한 천사에게 튄 붉은빛이 새로운 색을 만들어 다색 찬란하게 빛나다가 속도가 더 이상 빨라질 수 없을 때에 다다라 흰색의 고리로 붙어버린 두 천사는 이내 웅웅 거리고 속도를 줄여가며 고른 숨을 쉰다. 거의 보이지 않게 투명해진 몸을 부르르 떨면 끝이다. 여덟 살 생일에 첫 예식을 치른 후 오늘, 여든여덟 번째 예식을 치렀다. 말없이 사라지던 두 천사가 처음으로 떠나지 않았다. 한 천사는 식탁 의자에 앉았고 다른 한 천사는 식탁 앞에 서 있었다. 반투명하던 몸이 이제 형태를 갖추어 사람처럼 되었다. 매일 나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나이 든 귀는 잘 들리지 않아 자음은 듣지 못하고 모음만을 조금 채취했다. 조금씩 채취한 모음과 입모양을 읽어 매일 하는 말이 무엇인지 합쳐 보았다. 두 가지 증언이었다.

제 일은 창은 동방으로 열린다

제 이는 양은 등성이에 겨울 빛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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