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워홀러 이야기 ②
도슨 크릭(Dawson creek)
by 임성모 Sungmo Lim Feb 20. 2016
도슨크릭(DAWSON CREEK)
토론토를 출발한 그레이하운드는 다섯 차례 정도 운전기사가 바뀌며 71시간을 조금 더 지나 도슨 크릭에 도착하였다. 도슨 크릭은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약 1,600km 정도 떨어진, British Columbia 주에 속하며 Alberta 주와 가까운 작은 도시이다.
사장님이 마중 나왔다. 삼일 간 연락이 안 되어 다른 일을 구한 건 아닌지, 오다가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버스안에 있었어요... 집으로 이동한 뒤 사장님 사모님과 인터뷰를 하였다. 일은 간단했다. 나는 모텔 예약을 받으며 객실 청소를, 진호는 사장님과 모텔 수리를 하는 것 이었다. 일 얘기를 잠시 나눈 뒤, 사모님께서는 한식을 대접해 주셨다. 아, 며칠 만에 먹는 한식인가. 지금 생각해봐도 사모님은 음식을 정말 잘하셨다.
Dawson creek의 낮과 밤. 최저 기온은 영하 40도를 육박한다. 그러기에 볼 수 있는 오로라. 이 동네에서는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라고 부른다. 술 마시다가 엉겁결에 두 번 봤다. 그리고 영준이의 진짜 오로라.
소박해도 멋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꿈이 있다. 대기업의 건물 높이보다 더 높은 가치가 담겨 있을 수 있고, 그곳의 연봉으로는 할 수 없는 더 많은 희망을 줄 수도 있다.
대기업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은 국가 대표이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국가 대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동네 아마추어 조기축구 회원으로서 열심히 취미 활동을 하며 지역 아마추어 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할 것인가? 누가 더 훌륭하고 국위선양을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모두가 국가 대표가 될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시궁창 같은 현실, 적당한 타협과 유혹이 매일매일 끊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꼭 정치판이 아니어도 된다. 무엇보다 그 굴레 밖에서도 충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우리는 평생 3차 성징을 하나 보다.
"Can I take a picture of your bike?"
"Sure!!"
Bergey와 그의 친구는 미네소타에서 미국 서부까지 오토바이로 여행 중이다. 그의 말 대로라면 여기까지 약 2,300km 정도 이동했다고 한다. 환갑의 모습이지만 웃음만은 천진난만하다. 그런 미소를 닮고 싶다.
Dawson creek 은 알래스카 하이웨이의 출발지인 제로 마일 (0 mile)로도 유명하다.
더 이상 자식이 부모의 도움이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법적인 성인이 되면 마누라랑 오토바이 여행을 하고 싶다.
“자식이 태어날 때부터 모아둔 적금을 그의 성인식 선물로 주는 거야. 그때 즈음이면 함께 들어두었던 우리의 여행 적금도 만기가 되겠지? 그럼 떠나는 거야. 아,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오토바이 조작이나 간단한 수리법을 배워둬야 해. 발목을 까딱까딱 거리며 기어를 오르내리는 맛을 알면 그보다 좋은 게 없을 거야.”
보라돌이에서 검둥이로
동네에는 버려진 자전거를 주워다가 수리하여 파시는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신다. 그분에게 20달러에 구입하였다. 분해조립을 손에 익히고도 싶었고, 분해 한 김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 칠도 했다. 이 자전거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엔진(두 다리)이니까 괜찮을 거야.
가난한 워홀러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요리도 하게 된다.
여행 계획을 잡으며 스패니쉬도 연습한다. spanishdic.com에서 영어로 된 스패니쉬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유치원 때인가? 사각 유리로 된 델몬트 오렌지 빈 병을 슈퍼에 갖다 주면 100원을 주셨다. 당시 치토스가 200원 이어서 빈 병 두 병이면 한 봉지. 거기에 '한 봉지 더' 가 나오면 금상첨화.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빈 병을 모아다 팔기는커녕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하고 살았는데 여기 와서는 지금 이렇게나 모았다. 밥이랑 간식은 사장님 내외분께서 잘 챙겨 주시니 생필품들은 이걸 판 돈으로 사야지. 귀국하면 천장에 조기 달아 놓고 자린고비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역시나 잠시 뿐, 술 마시고 놀기에 바빴다.
싸구려 차도 구입. 캠핑도 갔다. 얼어 죽을 뻔했네. 죄다 흔들린 걸 보니, 취했나 보다. 분위기 나지만 위험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놀러 간 Powderking. 자연설이 50cm 이상이다. Powderking은 정해진 슬로프가 없다. 숲으로 그냥 들어가면 된다.
20살 때 놀러 간 게 인연이 되어 그다음 해부터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매년 여름 래프팅 가이드로 일했던 '강사랑 래프팅'. 군 전역 후 처음으로 여름을 밖(?)에서 보낸 게 영 마음에 걸려 편지를 썼다. 부끄러우셨는지 답장은 봉투 밑에 쓰신 게 전부이다. 그 대신 봉투 안에는 귀여운 두 딸, 남은이와 수민이의 답장이 있었다.
레프팅 시절 그리고 형수의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