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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May 09. 2023

지방에서 사무직 일자리 찾기

서울로 돌아가지 않게 해주세요

실로 오랜만에 노트북을 펼쳤다. 회사에 다닐 때는 종일 컴퓨터를 보고 앉아있어야 해서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켜지 않았던 것.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일할 때는 매일, 아니 매시간 마치 내 몸의 일부분인양 들고 다녔던 그런 것. 그 지긋지긋한 컴퓨터 모니터에 다시 불을 밝혔다, 자발적으로.


오고야 말았다, 구직의 시간


퇴사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네팔에서 어영부영 20여 일을 보내고(숏츠 언제 만들지ㅠ), 부모님 댁에서 며칠 더 쉬었을 뿐인데 어느덧 5월의 중순이 되었다. 이제는 슬슬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시간. 목구멍은 포도청이고, 관리비에 각종 세금과 공과금, 차 할부금에 보험료까지 숨만 쉬어도 돈 나갈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기부금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전에, 돈 나올 구석을 다시  찾아야 한다.


구직사이트에 접속했다. 메인화면은 여전히 정신없었다. 내 생에 최초의 구직활동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왔을 때 시작되었다. 좋은 말로 프리랜서, 까놓고 말하면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보니 구직활동은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내게는 직장생활만큼이나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그다지 기껍거나, 반갑지는 않다. 자기소개서 작성의 고통은 설명을 보탤 필요가 없고, 포트폴리오나 직무수행서까지 써야 하면 한숨을 쉬다가 소화가 다 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사실 가장 힘든 건 내게 맞는 회사를 찾는 일. 프리랜서로, 고작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따위를 오래 만들어온 덕에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는 탓이다. 여느 때처럼 복잡하기만 한 구직사이트를 살폈다.


이번에는 과거보다 더 험난해 보이는 난관이 펼쳐졌다. 그나마 경력을 쌓아온 방송사로도, 서울로도 아직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탓이었다. 지방, 그것도 일자리가 없기로 유명한 두 개의 도(道)로 지역을 한정하니 채용공고의 수가 곤두박질쳤다. 연봉, 계약형태 등을 필터링하지 않아도 선택권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인근의 한 개의 도(道)를 추가했다. 채용공고 수가 2배 이상 점프했다. 하지만, 10페이지를 넘겨가며 채용공고를 살펴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아니 내가 지원가능한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서울로 돌아가지 않게 해주세요


얼마 전 읽었던 김미향 작가의 <탈서울 지망생입니다>이 떠올랐다. 귀농이 아니고서야, 소도시에서 할 수 있는 사무직 일자리는 거의 없다고. 그래서  탈서울을 원하지만 농사나 자영업에 흥미(또는 능력)가 없는 사람에게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으로 이직이 그나마의 선택지라고. 구직사이트를 잠시 살펴보았을 뿐인데 그게 무슨 뜻인지 너무나도 절감했다. 마우스를 몇 번 더 클릭하다가 오늘치 이직사이트 탐방을 마쳤다.


새로운 채용공고를 기다리며 당분간은 노트북을 자발적으로 켜고! 구직사이트 탐험(그렇다, 이건 여유로운 탐방이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니 탐험이라 하겠다)을 계속해나가려 한다. 적어도 내게 맞는 자리 하나는 있겠지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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