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Jun 21. 2023

외로울 때 어떻게 하세요?

울다 잠이 들어야 할까

원래 살아간다는 게 이렇게 외로운 걸까요?


외로운 지는 오래되었어요. 곁에 있던 사람들을 이래저래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었죠. 괜찮았어요. 그래도 아직 내게는 가족이 있고, 친구라고 부르긴 아쉽지만 친한 사람들도 있고요. 이 정도면 버틸 수 있겠다 싶었죠.


또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한 뒤에야 알았어요. 내가 왜 자꾸 새로운 직장을, 새로운 터전을 찾는지. 얼마 전에 브런치에 썼듯이, 인생을 리셋하고 싶었던 거였는데요. 그 리셋의 가장 큰 부분이 인간관계였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어요. 일터에서 돈벌이, 자아실현 외에도 좋은 인간관계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걸 드디어 알아차렸거든요. 내가 많이 외롭다는 걸,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죠. 인정하니까 마음이 제법 가벼워지더라고요. 새로운 직장을 고르는 기준도 비교적 가벼워지고요.


때마침 김남희 작가님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작가님이 힘들 때면 곁에 있어준 언니들, 선생님들, 지인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그득 했어요. 너무 부러웠어요. 왜 나는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을까. 도대체 어디에 가면 이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이런 구절들을 발견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내 안에도 다양한 얼굴이 있다. 내 안의 가장 착한 얼굴을 드러내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고 정성을 다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주고, 더 큰 다정함으로 돌려준다. 내가 세상을 향해 웃으며 손을 내밀면 세상도 내 손을 잡으며 웃어준다.


언젠가부턴가 관계를 맺는 일에 세심해졌다. 천성이 그래서가 아니다. 외로움은 많이 타지만 타고난 성정은 게으르고 무심한 편에 가깝다. 다만 내가 이어가고픈 관계가 있다면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자주 생각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식물 기르기와 비슷하다. 어떤 식물은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어떤 식물은 햇볕이 부족하면 금세 시들어버린다. 같은 날 물을 줘도 어떤 식물은 더 빨리 마르고, 어떤 식물은 여전히 촉촉하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사람은 똑같은 정도의 무심함을 그러려거니 받아들이지만, 또 다른 이는 서운하게 여기기도 한다. 햇볕과 바람과 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결국 죽어버리는 식물들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정성을 쏟지 않으면 시들어버린다. 시들어가는 속도만 다를 뿐.


언젠가 친구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어요. 그는 내게 “너는 참 사람들한테 곁을 안 준다”라고 말했어요. 나랑 안 친한 사람들은요. 나를 ‘서글서글하다, 친근감 있다’고 해요. 근데 그 친구가 알아차려버린 거예요. 사실은 아니라는 걸. 나는 무서웠어요. 2016년 이래 여러 명의 친구들을 잃어버리고 너무 아팠으니까요. 또 배신당할까 봐, 또 잃어버릴까 봐. 또 상처 줄까 봐. 그래서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어요. 좋아한다고 내색하지도 않고요. 가드를 올린 건 나였는데, 왜 나랑 놀아주는, 나 힘든 거 알아주는 사람이 왜 없냐고 혼자 투정 부리고 있었던 거죠.


. 바뀌기로 했거든요. 다시. 직장은 직장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근데 엄마가 저를 너무 외롭게 하네요. 엄마도 나를 안 믿어주는데, 못 미더워하는데....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밤은  정말 너무 외롭습니다. 이렇게 외로울 땐 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이전 17화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의 경계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