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엔 왜 끝이 없을까
난방 텐트를 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내 집(내 명의로 계약했다는 의미일 뿐, 소유자는 아니다)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수면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며, 서둘러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요 며칠 마음이 분주했다.
독립생활을 시작한 이후, 1인분의 삶을 유지하는 데 너무도 많은 에너지와 활동이 필요해 놀랄 때가 자주 있다. 먼지는 왜 이렇게 쌓이고, 쓰레기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빨래는 세탁기가 그냥 해주지 않고, 방심하면 화장실에 곰팡이가 퐁퐁 피어오른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신발장엔 쏟아지는 흙먼지와 비가 내린 다음에 베란다에 찍힌 발자국들의 존재도 낯설었다.
계절이 바뀌는 때엔 일이 더 늘었다. 이 집에 1인분의 삶을 살기 시작할 때, 뭘 잘 모르는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적어도 6개월, 봄가을에는 대청소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더 구석구석 청소를 하자! 세 번째 독립을 했지만, 한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먼지 구덩이에서 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무리 집이 좁아도 한나절은 족히 걸리는 일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면, 1년에 한 번 정도로 빈도를 조절했을 텐데.
어쨌든 가을겨울의 문턱에 주어진 이 연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월동 준비를 마쳐야 했다. 난방 텐트를 짓는 일은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그리고 나는 다짐한 대로 오늘 그 일을 마쳤다.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수저와 포크, 칼 등 조리도구를 뜨거운 물로 소독했다.
연휴 중 이틀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대체 울 엄만, 일을 하면서 어떻게 5인(최대 6인) 가정을 챙겼던 걸까, 엄마가 이 많은 일들을 하는 걸, 나는 왜 몰랐던 걸까.
나, 가을 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