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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기 May 05. 2018

전화하고 싶은 밤

그런 밤

베갯잇에 머리를 묻어 봐도

돌돌 말아 이불 속으로 숨어 봐도

아무 소용없는 그런 밤

너에게 전화하고 싶어

     

집 앞 골목길 가로등 깜빡이고

창문 사이 빼꼼 달빛 아름답게 비치는

말랑한 멜로드라마가 끝난 밤

너에게 전화하고 싶어

     

너는 이 밤 뭐하고 있니

자고 있을까 아님 뒤척이고 있을까

너와 나 맘 통했다면 우린 지금 함께 일 텐데

너와 같은 밤, 너와 같지 않은 맘

난 오늘도 잠들지 못해

     

전화기 속 수많은 이름, 열두 개의 다이얼 중

너로 통하는 단 하나의 번호

망설이는 난 오늘도 애꿎은 빈 화면만 톡톡톡

     

이유 없이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

하루 일과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내 전화를 기다릴 사람

그런 사람이 너였으면

그런 너와 전화하고 싶은 밤

     

밤은 점점 깊어지고

너를 향한 내 마음도 점점 깊어지는 그런 밤

     

새벽이 오려나?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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