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밤
베갯잇에 머리를 묻어 봐도
돌돌 말아 이불 속으로 숨어 봐도
아무 소용없는 그런 밤
너에게 전화하고 싶어
집 앞 골목길 가로등 깜빡이고
창문 사이 빼꼼 달빛 아름답게 비치는
말랑한 멜로드라마가 끝난 밤
너에게 전화하고 싶어
너는 이 밤 뭐하고 있니
자고 있을까 아님 뒤척이고 있을까
너와 나 맘 통했다면 우린 지금 함께 일 텐데
너와 같은 밤, 너와 같지 않은 맘
난 오늘도 잠들지 못해
전화기 속 수많은 이름, 열두 개의 다이얼 중
너로 통하는 단 하나의 번호
망설이는 난 오늘도 애꿎은 빈 화면만 톡톡톡
이유 없이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
하루 일과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내 전화를 기다릴 사람
그런 사람이 너였으면
그런 너와 전화하고 싶은 밤
밤은 점점 깊어지고
너를 향한 내 마음도 점점 깊어지는 그런 밤
새벽이 오려나? 그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