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이 지나도 생각이 나다니
2달간 그가 나에게 충격적인 행동들을 했던 것을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나와 계속 연락했던 지인들 외에 그를 실제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대해 아무도 몰랐다.
아! 혼주석에 계셨던 그가 어머니처럼 여긴다는 여자목사님이 알고 계셨다. 그러나 그분은 내가 사랑으로 더 감싸주라는 조언, 찌질한놈이지만 하나님이 바뀌게 하실 것을 믿고 함께 기도한다며 도와주신다는 말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분의 말을 듣고 했다가 결국엔 안 좋은 결과만 낳게 되었을 뿐이다.
교회 사람들은 당연히 그의 모습을 몰랐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담임목사님이나 사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보류하고 있었다.
혼인신고 이야기에 막말을 퍼붓고 그는 단기선교를 떠났다.
단기선교 떠나는 날, 새벽에 떠났던 것 같은데 새벽에 일어나서 배웅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난 왜 다 맞춰주기로 했을까, 그렇게 하면 돌아올 거라는 0.1%의 믿음이 있던 것이었을까, 남아있는 정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단기선교를 갔던 주간은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기도 했다.
결혼 전에 단기선교를 가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좀 그랬다.
다녀와서 명절에 못 뵌 부모님 뵙자고 한 것이 다였다.
미리 명절선물을 보내거나 챙기기보다 본인 선교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는 결혼하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도 직장을 안 다니니 와서 집안일도 하고 자기의 몫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편해지지 않고 힘들다고 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에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주간에 어차피 나는 집에 혼자 있어야 하고 쓸쓸하니 친정에 가서 지내기로 했다.
이상하게 그가 떠났던 날 싱크대 수전이 고장 나서 물바다가 나서 고생하면서 임시조치만 해놓고 친정으로 왔던 찰나였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친정에 가고, 결혼식에 못 왔던 친구도 만나고, 결혼 전까지 반주자로 섬겼던 친정 같은 교회 가서도 예배드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쉬는 내가 배가 아팠던 것일까?
선교 가서 전화 와서 그가 하는 말은
"00 이는 집에서 편하게 쉬니까 좋지? 나도 휴가 좀 있으면 좋겠다. 나 여기서 며칠 더 쉬고 가고 싶다."
그냥 말인가보다 생각해서
"응~더 쉬다와!"
"진짜 쉬어도 돼?"
이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좀 이따가 카톡온 내용이
‘00아 나 2일 더 쉬다가 가도 돼?’
뭐 이런 이기적인 사람이 다 있는지..
내가 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갔다.
집 싱크대는 고장 나서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본인이 와서 고친다고 그대로 두라고 하고
명절 당일에 사위라는 사람이 부모님께 연락은커녕
돌아오는 주간 토요일부터 결혼예비학교를 듣기로 했는데
그리고 캄보디아로 선교 갔는데 어디 가서 놀다 온다는 건지
비행기를 다시 끊는다는 것인가?
아주 괘씸했다.
쉬지 않고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선교 다녀와서도 그는 여전했다.
선교를 갔다 온 것이 맞는지, 은혜받고 왔다 하지만 의심스러웠다.
오히려 선교지에서 귀신이 더 붙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모습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더 악해졌다.
이상하게 내 눈을 잘 안 보면서 얘기했고, 여전히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충격적으로 우연히 보게 된 것은 선교 가기 전부터 음란한 영화 다운로드 해서 보고 있었다.
있던 정마저도 더 떨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저녁에 약속 있다고 나가버렸다.
다음날은 냉장고 청소를 했는데, 본인이 선교 가기 전에 사다 두었던 ‘돼지 앞다리살’을 치웠다면서 독단적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
독단적? 누가 하는 건데!
아주 종지그릇만도 안 되는 사람이 꼬투리 잡고 지쳐 떨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
당시 교회에 나를 아는 집사님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경조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교회 다른 집사님께서 왜 사모님은 안 오시냐 하니까
‘오기 싫다 해서 안 왔다’라고 거짓말을 치면서 나를 이간질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관계의 종지부로 가게 된 결정적인 사건.
그가 나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주일날 아침, 일찍 준비하고 그의 차를 타고 교회 가는 길에 우리는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당시 내가 굳이 그 시간에 안 해도 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긴 했다.
계속 말 바꾸고 내 기억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나도 괴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그는 언성을 높이며 나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7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아무도 없는 불도 꺼진 교회 문 앞에서 그는 가방을 뒤로 던졌다.
버럭 소리 지르면서 컴컴한 어두운 불빛 아래로 그는 나를 때리듯이 다가왔다.
"왜 같이 와서 아침부터 나를 왜 건드리냐고, 그만하고 나가라고!"
"제정신이야? 지금 이 상황 미안하다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 제정신 아니다, 미안, 난 미안하다 했다 몇 번을 더하냐 그만해라."
위로 손만 안 올렸지 때리기 직전까지 내 앞에 위협하면서 다가왔다.
너무나도 무서운 나머지 울어버렸다.
이 모습을 교회 사모님, 집사님들이 알게 되었고 결국 그날 이후로 그의 악행들이 교회에 다 드러나게 되었다.
부모님은 너무 충격받으셔서 바로 동탄으로 예배 끝나고 넘어오게 되셨고, 열받은 아빠는 당장 사임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부모님 앞에서도 그는 본인이 잘못한 것보다 내가 자기를 건드려서 그렇게 반응이 나왔다고 계속 주장했다.
본인도 속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충격이었지만, 결국 나 때문이었다.
또 내 탓이었다. 다음에는 날 때리지 않을까 무서움에 벌벌 떨고 있는 나인데 말이다.
무릎 꿇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부모님 앞에서도 자기만 주장하는 5살 먹은 못된 어린아이 같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그가 한다는 이야기는
“나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혼자 여행 다녀올게.”
“여행? 난 같이 안 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돈 없다면서”
“너 학원 아르바이트 하니까 그거 해서 가”
“그게 말이 돼? 왜 통보를 하냐고, 물어봐야지. 혼자여행을 어디로 가는데!”
“건드리지 말라고, 같이 있기 싫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만하라고. 그리고 아침 사건 이후로 교회 같이 가는 게 더 불편해졌어. 토요일 저녁부터 주일 사역 때까지 건드리지 말고, 사모로서 서포트해줄 것 아니면 요구, 강요하지 마. 내 공간 건드리지 말고. 뭐 사모이기 이전에 기대도 안 해. 여하튼 건드리지만 마."
본인 뜻대로 안 되니까 더 심해진 피해망상증, 나르시시스트 환자처럼 나를 조정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진짜 미안한게 아니라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악은 그로부터 약 열흘 간 지속되었다.
본인 때문에 직장도, 교회도 정말 어렵게 다 내려놓고 낯선 땅으로 왔는데 교회는 정착 못하게 하려고 이간질을 시키질 않나,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하고, 직장 들어가고 싶으면 따로 살면서 하자고 하는 사람이었다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벌써 3달이나 지났지만 ‘이게 진짜였나? 난 결혼을 했었나?’라는 생각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다.
3달, 거의 4달이 되는 시간 동안 그가 나에게 힘들어했던 모습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성장했던 내 모습은 무엇이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확인받으려 하는 모습
-원하는 목적,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계속 요구했던 것
-감정 있는 그대로 확 튀어나오는 것
인정하기 싫었던 내 모습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에게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나를 혹독하게 하는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동일한 틀로 규정해놓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근데 상대는 나보다 더했다. 너무나도 견고한 진이 강했고 툭하면 그만하고 싶다, 갈등이 싫다고 했던 사람이었기에 내가 너무나도 많이 깨졌던 것 같다.
인생의 밑바닥과 같았던 시간을 경험해서 그런 것일까
사람을 분별하는 촉도 생기고, 굳이 관계에 있어서 예전처럼 맞춰주려고 안 하려고 하게 된다.
이 시간들이 있어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나랑 맞을지, 어떠한 핵심가치가 있는지..'
이것을 알게 된 시간.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들도 잘 보내고 있다.
아직 대인기피증은 다소 남아있지만 그래도 잘지내고 있다.
한 번씩 올라오는 억울함과 남들과의 비교의식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어려움을 허락하신 이유도 있겠지라는 마음,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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