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렇게 나르시시스트와의 마지막이 되었다

결혼이 이렇게 끝나다니

by 민트러버

오늘이 6월 23일이니 '한 겨울밤의 꿈' 같은 일이 벌써 3개월이 지나고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서로의 관계가 막판이 되어갈 무렵 그의 모습은 정말 악이 날뛰는 것 같았다.

나르시시스트의 본 모습인 것일까.

교묘한 말로 가스라이팅이었다면

대놓고 가스라이팅을 하기에 이르렀고

내가 '가스라이팅' 하지 마라고 했더니 돌아온 반응은 '가스라이팅'은 누가 한 사람이 완전히 져주거나 순응해야 가스라이팅인데 우리는 그것이 아니라며 나를 또 비난하고 몰아세웠다.


툭하면 말이 바뀐다.

본인은 바뀐 적이 없다고 한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 것이 아예 체질화된 것일까


생활비도 처음에 이야기했던 금액과 말이 계속 다르고

사업이 지금은 비수기라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넘어가버리고

결혼반지는 아예 끼지도 않고 다닌다.


그런 와중에 '결혼예비학교 2주 차'를 갔다.

다들 너무 설레 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어두움 그 자체의 분위기가 풍겼다.

강의 첫 시간에 강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부부가 각각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에요. 요즘 재정관리도 따로 하는데 그거 되게 위험한 생각입니다."


각각, 지금 우리 관계의 모습인데

특히 그놈이 매 번 이야기 하는 '각각 하자'

이미 관계가 많이 위험하구나 생각이 또 들었다.


그렇게 결혼예비학교가 끝나고, 저녁에는 친정아버지 생신이 있어서 밖에서 식사를 하고 이후 친정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돈에 대해서 제대로 오픈 안 하고 말 바뀌는 것이 '사기꾼' 같다며 마침 저녁에 아버지 생신 겸 만날 때, 몇 가지 이야기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뭔가 단단히 작정하신 듯했다.


함께 생일케이크도 축하하고, 과일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아까 식당에서 미리 사두었던 케이크 박스를 자리 밑에 두었고 종업원이 모르고 박스에 발이 걸렸는데 집에 와서 보니 엎어져있었다. 아빠 생일인데.. 마음이 안 좋았다. 케이크도 미리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암시했던 것일까.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마음이 영 불편했다.


결국 케이크 촛불 끄기는 한 걸로 치고 넘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혼인신고'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혼인신고는 한 것인지, 그리고 아직도 안 한 것에 대해서 화가 나신 아빠는 뭐라고 하셨다.


여행도 혼자 가려고 하는 것도 지적하셨다.

엄마도 지금 이렇게 매정하게 하는 것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 건지 알고 있냐면서 모습을 직면시켰다.


당연히 그의 표정은 정말 굳어졌고, 그날 이후로 아예 남남인 것 마냥 말조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집에 와서는 공황장애가 오는 증상인 것인지.. 화장실에서 혼자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보통 같으면 본인의 모습을 깨닫고 더 잘해주거나 회개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뉘우쳐야 정상인인데, 제정신도 아니고 미친 사람 마냥 더욱 악에 받쳐서 냉혈인간의 모습이 되어갔다.


다음날은 주일인데 교회 가는 길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교회 근처에서 차를 멈추는 것이다.

내리라는 사인인가 보다. 말도 안 한다.

그리고 그날 교회 사모님과 목사님을 만나서 깊은 대화들을 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계속 케어해 주셨다. 저녁에 집에 돌아갔는데도 오지도 않았다. 연락도 없다. 남이다. 정말 매정하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흘렀다. 그는 아침부터 말없이 나가려고 준비한다. 그의 방 안에 결혼사진이 있었는데 사라져 버렸다. 정말 유치하고 속 좁은 인간이다. 말도 없이 나가길래 어디 가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다. 현관을 열었는데 알아서 어디 갔다 온다고 하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친구랑 아침에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 집에 나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집에 놀러 가도 되겠냐면서 인천에서 동탄까지 오겠다고 했다. 친구는 아이들이 있어서 남편에게 맡기고 온다고 한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 외로워서 싫은데, 이렇게 친구가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찬양도 부르고

오늘 하루만큼은 외롭지 않은 날로 선물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 친구도 결혼한 지 8년이 흘렀는데, 8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작년에는 이혼결심까지 했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또 마음을 접게 되고, 자기도 이렇게 남편이 싸우고 나가버리고 혼자서 있을 때 그 마음을 안다면서 내 마음을 알고 이렇게 위로해 주러 온 것이었다.

'하나님이 친구라는 천사를 오늘 하루 보내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동탄 근처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근처 호수공원 음식점 가서 저녁까지 사주고 내가 좋아하는 프리지아 꽃다발도 사가지고 왔다.


어쩌면 내 친구도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할 때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위로란 겪어본 자만이 진짜 위로를 해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 했던 곳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오고, 그도 집에 돌아와 있었다.

방문을 닫고 있었다.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하다가 또 폭언이 시작되었다.


"난 그날(부모님 만났던 지난주 토요일) 이후로 남아있던 정마저도 다 떨어졌어! 어떻게 와이프라는 사람이 편은 못 들어줄 만정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렇게 함께 동조하고 있어? 난 온갖 수치심과 모욕감을 당했어. 부모님이 주신 축의금 통장 절반 나눌 테니까 이걸로 앞으로 중고차를 사든, 생활비를 쓰든 알아서 해. 네가 살고 싶으면 돈 벌어서 살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난 여기서 어떻게 하라고?"


"이젠 끝이야. 여기서 살고 싶으면 살고 아님 나가든가. 난 더 이상 지원 못해줘."


"그게 뭔 소리야! 여기 차 없으면 불편한 거 몰라?"


"알아서 하라고, 나는 앞으로 차도 태워줄 수 없으니까 혼자 교회 가고 싶으면 가고, 어디 가고 싶으면 가. 알아서 해. 그리고 보통 여자가 결혼할 때 남자가 집 해오면 여자가 살림살이들 다 바꾸는 거 몰라?"


"뭐라고? 그때 안 해와도 된다며! 오히려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이 오빠 이 집 전세이고, 매매 아니잖아! 난 가지고 있는 집에 돈이 묶여있는 것도 알잖아!"


"내가 이 집 알아보는 수고랑 들어간 돈이 있잖아! 그럼 너 집 절반씩 나누든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리고 나 직장 그만두고 와도 된다며! 이렇게 하는 게 어딨어? 그리고 축의금 통장 우리 부모님이 주신 건데, 그거를 왜 반을 나눠."


"내가 너한테 들어간 돈이 더 많아. 억울하면 변호사 선임하든가. 그리고 이 시간 이후로 부모님 이 집에 못 들어와. 이 집 계약자 나야."


계속 미친 소리를 해댔다. 부모님 들어오면 주거침입죄로 신고하겠다는 소리인가 보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딴 말할 것 같아서 아이폰의 통화녹음 버튼도 같이 눌렀다.


근데 아이폰에서는 통화녹음에서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 것을 듣고


그는 갑자기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서 나를 방문 밖으로 밀쳐냈다.

그리고 방문을 꽝 닫아버렸다.


"아아악! 뭐 하는 거야!! 엄마 오빠가 나 밀쳤어."


나는 뭐 하는 거냐면서 소리 지르고, 그 소리를 엄마가 전화소리로 다 듣게 되었고 놀란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한밤중에 동탄까지 오시게 되었다.


좀 이따가 내 통장에 알림이 떴다. 정확히 원단위까지 계산해서 통장에 넣어버렸다.


너무 악하다.


그리고 문을 닫고 무슨 영상을 보면서 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악마인가.


'부모님 이 집에 못 들어와. 이 집 계약자 나야'

어떻게 장인장모를 주거침입죄로 신고할 생각을 하는 사악한 인간이 다 있을까.


그 사이 교회 사모님은 계속 전화를 받고 계시고, 목사님과 함께 여기와 봐야 하나 고민하고 계셨다고 했다.

미친놈인가 보다.

연애할 때는 본인이 1년 전에 이 집 구했을 때 신혼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고, 내가 여기 들어와서 살면 너무 행복하겠다고, 집에 다 있으니 다이슨하고 풀리오만 가지고 오면 된다,

엄마가 다른 것 사주시려고 할 때도 집에 있는데 왜 또 사려고 하냐 그냥 쓰자라고 말했던 사람은 어디 간 것일까?




결국 아버지는 집으로 오는 길에 경찰 대동하에 들어가야 찍소리 못할 것 같아 경찰에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경찰은 밀친 것도 폭행죄로 신고가 가능하다고 하여서 경찰에 폭행죄로 신고를 하고 결국 부모님은 경찰과 함께 이 집에 밤 12시 반에 들어오게 되셨다.


그는 폭행죄 피의자로 신고가 되었고, 경찰은 하룻밤은 분리해야 한다고 하여 간단한 옷가지와 물건들을 챙겨서 부모님과 함께 근처 호텔에서 자게 되었다.


잠이 안 왔다.

잠을 잔 것인지 멀뚱멀뚱 눈만 떠있던 건지 희미한 상태로 일어나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교회 가서 부모님과 목사님 사모님 같이 뵙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옷가지랑 이것저것 챙겨서 서울 친정집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문을 여는데 혹시나 했던 생각이 들어맞았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인간이 할 짓인가.

경찰에 전화해서 들어가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경찰이 그와 통화하게 되었고, 10분 이내로 짐 싸서 가지고 가라는 말을 전달했다. 덧붙여서 혼자만 오라고 했다. 부모님 같이 오지 말라고 했다.

10분 동안 마음속에서는 피눈물이 나는 심정으로 캐리어에 급하게 챙기고 경찰과 함께 집에서 나왔다.


나머지 짐은 이삿짐을 통해 빼기로 했다.

어제 친구가 나에게 주었던 프리지아 꽃다발은 챙겨서 나왔다. 어제 친구가 큰 위로를 주었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악이 날뛰는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날 줄이야. 그 길로 친정으로 오게 되었다.


다음 주에 교회 목사님 사모님과 상담을 하긴 했지만 목사님 앞에서도 여전히 제정신이 아닌 그 놈이었다.

예정된 대로 나는 이삿짐을 불러서 모두 빼게 되었고, 그렇게 허무하게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아마 그 집에 계속 있었으면 복층 계단에서 나를 떨어뜨리고도 남았을 사람이다.

부모님은 차마 더 이상 고통당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끄집어내셨나 보다.

그리고 상담사님도 이 사건에 대해

'하나님이 00 씨를 포클레인으로 건져 올리신 거예요.'라고 하셨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

어떻게 그 악들을 견뎌냈는지 모르겠다.


연애 때부터 모든 과정을 다 옆에서 알고 있는 쌍둥이 내 친구.

지금까지도 케어해 주시는 이전교회 청년부 전도사님.

놀래서 한 밤중에 떨면서 운전하고 나를 그 집에서 끄집어내 주신 부모님.

끝까지 케어해 주고, 상담해 주신 사모님

내 일처럼 함께 기도해주신 집사님들

이 외에도 감사한 친구, 여러 사람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이곳저곳에서 느끼게 하셨다.

그동안은 억울함과 너덜너덜한 나의 마음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요즘에 다시 회복을 경험하다 보니 감사한 것들이 또 떠오르게 된다.


이제 <한 겨울 밤의 꿈>의 연재는 마무리하고, 후속작인 <빛으로 걸어가는 중입니다>를 연재하게 될 예정이다.



#한겨울밤의꿈

#결혼일기

#이별일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