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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를 못해준다니

그럴 거면 왜 결혼했어

by 민트러버

결혼하고 미니신혼여행 제주도를 다녀와서 결혼식 이후에 하는 당연한 절차인 ‘혼인신고’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에 청약제도 때문에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외의 이유는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거짓 프레임’ 사건

말이 안 통해서 친정에 가서 자고 오고 싶다고 했던 날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에게 이야기하다가 혼인신고에 대해 꺼냈었다.




그의 첫 반응은 아직도 충격이다.

"이렇게 불안한 상태에서 혼인신고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 건 리스크야.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어떻게 해."

“리스크라니?”


아니 결혼식 올렸는데, 무슨 리스크야.

이혼을 생각하고 하는 말인 것인가


그 이후에도 한번 더 혼인신고에 대해서 꺼냈을 때 반응이 가관이었다.

“서로 이런 마음 상태에서 난 못해. 난 이 관계를 항상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어. 잘되는 방향, 안 되는 방향.”

“아니 결혼한 것 아니야? 결혼식 올렸잖아. 하나님 앞에서 결혼했으면 된 것 아니야?”

“하나님 앞에서 했지. 그래서 5일 만에 헤어질 것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 아니야.”

“뭐라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하나님 앞에서 언약의 결혼한 것 아니야?”


관계가 점점 안 좋아질 때쯤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실업급여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결혼해서 타 지역(기존 직장과 왕복 2시간 이상)으로 이사 간 경우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알아보니 청첩장, 주민등록등초본 등이 필요했다.

나는 이것을 계기로 혼인신고를 해버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대답은 악이 극치로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00 이의 실업급여받는 것 때문에 며칠을 기도하고 많이 생각했어. 꼭 혼인신고를 해야만 받을 수 있다면 받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그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실업급여 7개월 정도면 꽤 큰 금액인데, 그거 이상으로 나는 혼인신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그러면 내가 못 받는 그 금액은 어떻게 해줄 건데?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무슨 보상이야? 내가 그러면 어디서 대출이라도 받아서 주라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경제적 보상해줄 수 없어. 네가 그렇게 일하고 싶으면 나가서 서울 가서 따로 살면서 직장 다시 다녀. 여기 살아서 아무것도 못한다며!"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따로 살자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니까 나에게 왜 ‘보상’이라는 말을 꺼내. 나 더 이상 이 관계 힘들어. 진심이고 그만하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다. 실업급여 못 받게 하는 돈보다 혼인신고해서 안 되는 건 돈으로 비교할 수가 없어. 리스크야. 난 사업가 이전에 사역자이고 내가 천만 원이라도 대출해서 그 돈을 줘야 해? 기독교인들도 이혼이 많아."

“오빠는 정말 악해. 정말 나쁘고 못됐어. 그만하자는 말 조심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

“네가 뭔데 날 판단하고 정죄해. 하나님의 영역이야. 다시 말하지만 내 마음이 무너졌고 관계에 확신이 없고, 혼인신고는 지금 해줄 수 없어. 그만하라는 말은 조심하지만 진심으로 그만하고 싶어. 관계가 안 좋아지면 나는 신변정리할 거야. 나도 리스크 되는 건 많아. 첫 번째, 00 이를 잃겠고 두 번째, 00000 교회를 떠나겠지."


악하다.

‘보상’이라는 말이 그에게 발작버튼이었나 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도 이혼이 많다니.

언어폭력, 가스라이팅에 뒤섞인 말들을 듣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가스라이팅에 내가 보이지 않는 막으로 둘러싸여서 한동안 내가 ‘보상’이라는 말을 한 것도 잘못한 것인가 생각했다.

돈에 미친놈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사역자도 아니다.

미친놈이 따로 없다.


나는 황당하고 충격받은 채로 있었다.

혼인신고 안 하는 것이 자기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서라는 이런 이기적인 이유가 또 어딨 을까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이 이래서’라는 이유이면 이 땅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겠는가.


어떤 목사님은 이것에 대해

'거절의 영이 세서 상대방으로부터 거절하게끔 방어하는 것 같다' 고 하셨다.

둘이 마음 밭을 기경하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쓰레기를 품으려고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나 보다.


결국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서류만 받아내고 사실혼관계로 인정을 받아 나는 실업급여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초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000의 자녀가 아닌 000의 동거인으로 초본이 등재되어 있는 것이 이상했다.

그의 아버지도 그의 생모와 혼인신고를 안 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정환경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어찌 되었든 창피하다.

교회 사역자가 쓰레기니 이 시대의 교회가 무너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일까.

여하튼 이렇게 끄집어내서 다시 쓰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적다 보니 이게 실화였다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이런 사람과 혼인신고를 안 한 것이 참 잘된 일이다.

주변 사람들 100%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심지어 목사님도 ‘혼인신고 안 한 게 은혜다.‘ 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안 해줘야 하는 것을 오히려 그가 안 해준 다는 것이 한번씩 분노가 일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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