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남아있는 생채기
지금까지 하나님 앞에 발버둥 치면서 살아왔다.
하나님 앞에 쓰임 받고 싶어서, 하나님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배우자도, 결혼도 하나님께 맡기며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는 소개조차 받지 않았고 부르신 뜻이 있어서 일반 크리스천이라도 거절했던 경험이 참 많았다.
어떻게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원했던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결혼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게 하실 수 있을까
배우자를 놓고 기도하게 하시면서 영적인 응답들을 너무나도 많이 주셨는데 그거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 정도로 순종하고 가장 최선의 것을 기대했던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님이 원망스럽다.
하나님한테 배신감이 든다.
어떻게 나에게 이러실까?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의 기적, 요단강의 기적, 바위에서 물이 나오는 기적 등 여러 기적들을 경험했지만 또다시 현실의 눈과 상황으로 불평하고 원망하고 심지어 우상을 섬기기까지 한다.
어떻게 저러지? 인간이라면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나는 지금 그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과 똑같다.
이번 한 주는 내 마음이 많이 요동쳤다.
최근 읽게 된 책 내용에서 ‘언어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동안 나는 직면하려고 하기보다 숨고 피하는 것이 편했다.
상담사님도 '인정'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 감정, 일어났던 일들을 '언어화'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다 보니 내 마음의 흔들림이 조금씩 덜해지고 있다.
나는 힘들 때 글을 쓴다.
오늘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바닷가 앞 카페에 왔고, 카페 3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해결되지 않는 마음들이 올라왔다. 괴롭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내려간다. ‘내가 왜 살아야 하지?’
이런 미친 새끼를 만나게 한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쏟아진다. 화가 난다.
-하나님이 어떻게 나에게 이러시지? 하나님 잔인하다.
-마지막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어이없이 허무하게 끝났는데 그것에 대한 원통함이 남아있다.
-마지막에 ‘남아있던 정마저도 그 일 이후로 다 떨어졌어!’ 라고 지껄인 그놈의 말에 분노가 난다.
-2달여간 살면서 미친놈이 나에게 했던 수치스러운 말들, 거절하는 말들은 내 안의 상한 감정들을 올라오게 했다.
-만났던 시간, 돈 비롯해서 모든 것들이 아깝다.
-그 사람은 이 땅에서 소멸되면 좋겠다.
관계가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외여행을 혼자 가겠다고 미친 소리를 지껄인 적이 있다.
그리고 하필 보게 된 그의 카톡에는 야한 옷을 입은 여자에게 영어로 카톡을 했던 기록이었다.
다음 주에 베트남 여행을 갈 계획이라며 했던 것을 보고 나는 손발이 떨렸다.
모른척하고 왜 혼자 가냐고 하니까 같이 가기 싫으니까 혼자 가고 싶은 거라고 했는데, 그게 베트남 여자랑 더럽게 놀려고 했던 거였어?
끝까지 말도 못 했다. 몰래 카톡본 것 알면 소시오패스인 그는 나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했다고 신고하고도 남을 인간이기에.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평생 수치심 당하면서 어둠 속에서 파멸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직도 가득하다.
결혼한 아내를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 건지
그리고 전도사잖아. 미친놈인가 진짜.. 결혼하고 10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고작 2달 되었는데 이런 쓰레기 같은 일들을 겪었다.
어젯밤, 자기 전에 눈물이 많이 나왔다.
내 마음이 싱크홀이 생긴 것처럼 아픈가 보다.
많이 회복했고, 잘 견디고 있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씩 오는 이러한 싱크홀 때문에 아직 아프다.
주식 그래프도 아니고 빨간불이었다가 파란불이었다가 요동이 심하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지나간다.
아예 내 마음대로 원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격과 성품이 된 사람과 결혼했다면
덜 후회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순종했는데 이러한 처참한 일들을 맛보아야 하는 것일까
눈물골짜기는 언제 끝나는 것일까
향기를 내는 꽃에는 가시가 있다.
꽃이 피고 향기가 나고 열매가 맺히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때론 가시를 겪어야 한다.
진주가 진짜 진주가 되기 위해서는 조개 속에서 아픔들을 겪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에 대해 집중하고 알아가는 시간이다.
나는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진짜 진주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향기 나는 꽃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나를 안아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건 나인데 계속 성취, 목표 몰아붙였다.
뒤떨어지기 싫어서였다.
내 안에 있는 ‘깊은 외로움’을 인정하니 편해졌다. 이건 사실이다. 사랑받고 싶었다.
근데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젯밤, 울면서 잠들었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이런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2달간 잠깐 있었던 그 인간이 사역자로 있었던 교회.
교회 목사님 사모님은 이런 내 상황을 아시고, 특히 사모님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으시고 끝까지 도와주시려고 했다.
그런 사모님이 생각이 났다.
마음 한편에서 울리는 듯한 생각
‘너도 이런 일들을 해야 하지 않겠니? 아픔을 겪고, 힘들어하는 가정들이 너무 많단다.’
난 여전히 원망과 억울함이 뒤섞인 채 답을 얻고 싶다.
앞으로 만날 새로운 사람과 진짜 나를 부르신 목적을 감당하게 하시려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한 겨울밤의 꿈처럼 겪게 하신 것일까.
묵은 감정, 상한 감정들은 바다 물결에 다 보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