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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달려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

by 민트러버

나에게 지금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결혼하기 전까지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헤어진 지금도 가만히 있지는 않지만 전보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나에 대해 깊이 발견하고 고민하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없었을 것 같다.

내 성격상.



계획하고

목표 세우고

끙끙대고

성취하고

기뻐하고


20대 대학생 때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지냈다. 고깃집 알바 같은 격한 노동이 들어가는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것은 해봤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장학금도 받기 위해 공부했다. 졸업 전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그 꿈의 한 발자국 내딛는 시간이었다.

첫 직장은 계약직으로 들어갔었고, 정규직 전환의 목표가 무너져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동안 유럽여행도 다녀와보고 몸도 약해져 있어서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직장을 드디어 정규직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방송편성 PD로 업무를 지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30세 때 3개월의 입원생활을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되면서 대학원을 가게 되었고, 결국 피아노까지 전공하게 되었다.


30대 중반인 지금.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삶의 열매들은 어마어마하다.


피아노 대학원에 입학하고 논문으로 졸업하고, 6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이직하여 정글 같은 음악계열방송 편성팀장으로 가게 되었고, 부동산 투자라는 것도 공부해서 생애 처음으로 부동산 계약이라는 것을 해보고, 모교회를 떠나 페이를 받는 교회 성가대 반주자로 청빙 되었고, 피아노 레슨도 하게 되었고, 콩쿠르도 입상시키는 결과도 나왔다. 블로그도 만들어서 그 블로그로 음악학원 원장 대상으로 학원 블로그 운영하는 강의도 진행하고, 전자책도 썼는데 약 100명의 귀한 분들이 봐주셨다.


적다 보니 가만히 있던 적이 없었네.


여하튼 성취감을 맛보니 이것저것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고 좋은 결과들도 맺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은혜이다.

두 번째 인생을 산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 이렇게 쉬는 법을 몰랐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 나에게 지금은 쉬는 시간이다.

익숙하지 않은데 나쁘지 않다.

친구는 ‘넌 항상 뭐가 바빠~’ 말했는데 진짜 그랬다.



최근의 나는

8주간의 세미나를 통해

나의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상담사님을 통해

등등


나를 알아가게 되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동력은 어디서부터 나왔던 것일까?

나의 깊은 내면의 불안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떤 것에서 열정이 나올까?

나의 핵심 가치가 무엇일까?


그동안 사람들 의식하느라

나를 진정으로 돌보지 못했구나


엄청난 일을 겪어서 억울하고 분이 날 때도 있다.

오늘 아침에도 올라왔다.

나를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나 보다.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게 'R=VD'라는 공식처럼 생각한 대로 되는 거야!

하면서 스스로 주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문을 걸기 전에 진짜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했었는데 그 과정을 뛰어넘었던 것 같다.


외로움


내 안에는 깊은 외로움이 있었다.

깊은 외로움을 인정하기 싫어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챙겨주고 그 이면에는 나도 그렇게 받고 싶어서 그랬다.

기브앤테이크, 겉으로는 아닌척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래서 사랑의 언어에 '함께하는 시간'의 비중이 높았다.

나는 연락을 기다리게 만들면 싫어했다. 항상 공유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연락이 잘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욕구. 함께하고 싶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사랑의 언어였다.

그리고 말, 따뜻하고 인정하고 세워주는 말로 사랑을 느끼는 것이 사랑의 언어였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고 여겼다. 약속들이 많았고, 그리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잘한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의 마음속 깊은 외로움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성장욕구도 점점 많아졌다.

잘되고 싶었다.

잘살고 싶었다.


그런 내가 이런 환난을 겪고 내 안에 비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 주변 사람들은 복이 많아서 결혼하고 아기 낳고 좋은 남편 만난 걸까?

나는 신혼도 없고, 왜 이렇게 혼자인 것일까

슬프다

외롭다


상담 중에 발견한 것은 어쩌면 내 안에 어린아이 같은 모습.

내가 무엇인가 했을 때 알아봐 주고 인정받기 원하고, 칭찬해 주기 원하는 것

어떻게 보면 그러한 모습을 보이면 남자들이 싫어할까 봐. 들키고 싶지 않아서.

성숙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래서 내 안에 나를 억누르고 이쁘고 성숙한 이미지로 호감을 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거나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 남자들도 당황했겠다 싶었다.


상담사님은 이렇게 내 욕구를 알고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전까지 나는 성숙하지 않은 어린아이, 포장된 어린아이로 남자들을 만났었던 것 같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다.



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나 자신이 초라하게 보일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난 괜찮고 성숙한 사람인데!

지반 아래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 둘씩 올라와서 마주하게 되는데

하나씩 인정하고 있으니 눈물도 나고 아프지만, 편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동안의 나는 내가 정해놓은 그려놓은 틀의 모습이 되어야 했다.




하나님이 00 씨에게 사랑을 마구 부어주시는 것 같아요.

계속 이 시즌에 비슷한 일들만 일어나지 않나요?

지금까지 00 씨의 동력으로 스스로의 소리보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틀, 목표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를 알고 다시 성장하고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를 아껴주는 시간'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실 것임을 믿고 내가 갈아 엎어져서 정말 새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구나

이 시간은 멈춰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인 것이다.


잘하고 있어.

대견해.

다시 일어나고 기대해 보자.


오늘 꽤나 길게 적었다.

부활절 칸타타 반주를 잘 마쳐서 후련한 마음에 쭉쭉 적어 내려가기.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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