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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을 변기에 버린다고?(ft.우리가 싸우는 이유)

타협이 없는 사람

by 민트러버


#1

결혼식을 마치고, 그날 저녁부터 바로 그가 살았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낯선 동네, 낯선 곳. 긴장이 풀렸는지 이상하게 몸도 안 좋았다. 다음날 교회도 인사하기 위해 가기로 했는데, 그는 사역자여서 일찍 나가게 되었고, 나는 좀 늦게 나오게 되었다.


결혼하고 처음 같이 보내는 날인데 서운한 것들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이 동네가 어떻게 교회를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차도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교회주소는 알려주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저녁도 자기가 맡은 부서아이들과 먹을 수도 있다고, 나도 같이 먹을 거면 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내키지 않아서 싫다고 했었다. 혼자 저녁을 먹게 하는 것도 기분이 별로였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교회에 가게 되었다.


여기는 주말에 대중교통이 1시간에 1대가 올까 말까 한 곳이었다.

아무리 신도시라도 이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건지 몰랐다.

택시도 잡히지가 않아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

예배시간에 인사하러 가야 하는데 가까스로 택시가 잡혀서 타고 갔었다.


“나 이 동네 처음이고 아무것도 모르잖아. 버스도 택시도 교통편도 몰라서 당황했어. 이렇게 차가 안 오는지 전혀 몰랐어. 오빠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만 나는 그게 아니잖아. 그리고 오늘 결혼하고 바로 다음 날인데 하루 종일 밥도 혼자 해결할 뻔했잖아. 나는 여기 아무도 없는데 결혼한 다음날 저녁까지 혼자 먹으면 좀 그렇잖아. 저녁에도 청년들이랑 밥 먹는다 하고 서운했어. “


“다 큰 성인이니까 알아서 찾아서 올 줄 알았지. 예전에 네가 결혼 전에 이 동네에서 동두천까지도 그 새벽시간에 혼자 갈 수 있다고 교통편 찾아서 갈 수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저녁밥은 결국 청년들이랑 안 먹게 되었잖아. “


'네가 이랬잖아'


상담사는 이것을 밀어내는 말투라고 했다.

나의 입장에서 헤아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랬다고 밀어내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나한테 '조수석의 매너'에 대해 운운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밀어내는 말투, 자기만 아는 조짐을 느꼈어야 하는데 몰랐나 보다.

조수석의 매너란 낯선 장소에 갔을 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근처에 주차장까지 찾아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작년에는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주차장이나 이런 것을 잘 몰랐다.

본인이 운전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언제 한 번 강남에 갔다가 주차비가 많이 나왔던 적이 있다. 그때를 빌미 삼아서 나한테 주차장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조수석 매너는 운운하면서 나는 낯선 동네에 이사온 건데 주소도 안 알려주고 알아서 오라는 것

이것부터 서운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음식물 남은 것이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없고, 다 사라진 것이다.

어디 갔지? 하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조금 남는 것들은 변기에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 이게 뭔가 싶었다.


"음식물을 변기에 버린다고?"

"나만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있어. 가위로 음식물 다 잘라서 버리면 막히지 않아."


미쳤나...!!!

환경을 엄청 생각한다면서, 나한테 분리수거 통에 일일이 쓰레기 분리해서 넣으라고 할 땐 언제고

본인이 환경파괴 주범이잖아!


"아니, 음식물을 왜 변기에 버려?"

"나는 20년 동안 한 번도 문제 된 적 없어.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근데 한 번도 그런 적 없는데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그럼 네가 설거지하고 음식물까지 처리하든가."


어떻게 음식물을 변기에 버릴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저런 태도


이걸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자기는 안 하겠다고 절대 이야기 안 한다.

다음날 제주도 미니신혼여행 떠나야 하는데, 싸우다가 늦게 잠들고 비행기 시간도 취소하고 늦춰서 예매했다.


#2

제주도로 미니 신혼여행을 떠났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둘째 날이었을까 대판 싸웠다.

신혼여행을 와서 싸울 줄이야.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싸웠던 이유 하나는

아침 조식을 근처 다른 호텔에서 먹고 싶었는데 조식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기는 아침을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먹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 여행 온 것 아니야..? 나름 신혼여행인데..'


이렇게 하나 둘 의견 충돌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었다.


#3

여행에서 돌아와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그는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침을 뱉는 것이었다.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한 번

두 번..

이제는 가래침을 몇 번을 뱉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충격적이다.

설거지를 안 할 때도 싱크대에 침을 뱉는다.

아니 깨끗해야 하는 설거지 개수대 아닌가?


물어봤다.

"왜 싱크대에 침을 뱉는 거야? 개수구에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이게 뭐가 문제인데? 어차피 설거지하면 다 씻겨 내려가잖아. 너도 마음에 안 드는 것 많은데 얘기 안 하는 거야. 설거지하면 음식물 올라와서 올라와. 그럼 네가 설거지하든가. “


정말 싱크대 침 뱉는 행위로 몇 번을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이런 말도 했다.


“내가 00이 얼굴에 침을 뱉는 것도 아니고 물에 내려가는 개수대에 뱉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어.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는 툭하면 ‘각자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너랑 나랑은 안 맞는다.


타협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벽에 대고 외치는 것인가

결국 결혼하고 여행 다녀와서 일주일 동안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격하게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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