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N - 좀 더 구체적으로 답하기
나는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입문자가 아니라면 한국어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입문 단계에서는 어휘나 문법이 부족해 영어로 진행하다 보면 직역이 불가능하거나 영어의 한 단어로 포괄되는 한국어 단어가 여러 개 있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N하고', 'V/A-고', '그리고'는 영어로 모두 'and'로 표현되지만, 한국어에서는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N하고'는 명사와 명사를 연결할 때 사용한다. (예: 제육볶음하고 순두부찌개 좋아해요.)
'V/A-고'는 동사나 형용사를 연결할 때 사용한다. (예: 이 신발은 가볍고 예뻐요.)
'그리고'는 문장을 연결할 때 사용한다. (예: 주말에 운동했어요. 그리고 친구도 만났어요.)
이런 어휘나 문법이 여럿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의문사 '무슨'이다. 영어로 'which'나 'what kind of'로 바꿀 수 있지만, 'what'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때 학생들은 '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처음에는 헷갈리겠지만 '무슨'과 '뭐'를 넣어 여러 문장을 만들어 보면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무슨 음식 좋아해요?
뭐 좋아해요?
무슨 책 읽어요?
뭐 읽어요?
문법적으로 '무슨'은 명사와 함께 쓰이고, '뭐'는 동사와 함께 쓰인다. 따라서 '무슨'으로 질문하면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지만, 질문하기는 더 어렵다. 원하는 명사를 알아야만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괄적인 '뭐'를 먼저 가르친 후 '무슨'을 가르치는 것이다. 시간을 묻는 질문 중 '언제'를 먼저 가르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
- 일요일이에요.
요일을 배우기 전까지는 질문을 만들 수도, 답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언제'라는 질문에는 시간과 관련된 어휘 중 하나만 알아도 답할 수 있다. 나의 수업의 목표는 쉬운 문장이라도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므로 포괄적인 어휘나 문법에서 점차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제 요일에 대해서도 공부했으니 '언제 한국어 공부해요?'라는 질문에 '오후에 한국어 공부해요.' 대신 '일요일에 한국어 공부해요.'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 만약 여러분이 '무슨'에 대해 가르친다면 '무슨 + 명사 + 좋아해요?' 형태의 질문을 만들어 답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자.
무슨 음식 좋아해요?
무슨 영화 좋아해요?
무슨 계절 좋아해요?
이렇게 질문하다 보면 어휘 연습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
어쩌면 그 어떤 이론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