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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인사동 '경인미술관' 어떤가요?

#08 경인미술관 6월 전시

by 향기나
약속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책은 눈에 안 들어오고…, 심심해서 TV만 끼고 있자니 뭔가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날 있지요. 그런 날은 인사동으로 나가보세요.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과 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고 나면 비어있는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재미난 하루가 될 것입니다.


40년 지기 대학 친구가 경인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해서 인사동으로 나들이를 했다. 일요일이라 외국인도 많고 상가들은 신나서 북적거린다. 쌈지길 근처 경인미술관은 정원을 가진 한옥형 미술관이다. '다원'이라는 전통 찻집도 있고 안뜰에는 오랜 연륜으로 푸르러진 고풍스러운 나무들이 함께 하니 도심의 숲이다. '인사동의 허파라고나 할까?' 초록의 세로토닌이 솟아오른다.



전시실 안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은 긴 세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몸으로 받아낸 후 벗겨진 칠이 소박한 듯 다정하다.


가운데 마당을 두고 6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오늘도 각기 다른 솜씨로 채워 즐거움을 주었다. 내 친구가 참여한 '한뫼미전'은 1전시관에서 열렸다. '한뫼미전'은 매년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정기 회원전으로, 전·현직 교사들이 참여하는 순수 동호회로 올해 32회째 되는 장수 전시회다.

1 전시실과 2 전시실


같이 교대를 다닐 때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어찌 저리 가냘플 수가 있을까?' 학교를 오는 자체가 대단해 보일만큼 가녀렸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 '외유내강'으로 빛나는 그녀였다.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는 바쁜 와중에 교원대 미술교육대학원을 나와 개인전 및 초대전, 해외 그룹전까지 포함하면 260여 차례 전시를 했다. 전업작가도 아닌 직장인이 그 많은 전시를 했다는 것은 엄청난 기록이다.


게다가 그녀는 작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재주 많은 내 친구 Y, 가녀린 몸에 꽉 찬 꺼지지 않는 열정은 장미를 닮았다. 어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어 어디서도 돋보이는 강렬한 빨강이다.


은근하면서도 끈기 있는 노력은 코스모스도 연상시킨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짐 없는 그녀의 끈기가 이루어낸 작품에 늘 감탄한다. 우린 40년 넘게 방학 때마다 대학 친구 모임을 하는데 그때마다 들려온 그녀의 활동은 벅찬 발걸음이었다. 수석교사로 학교에서도 바쁜 생활인데 예술창작소 입주 작가도 하고, 러시아, 파리, 네덜란드 초대 작가전도 참가하였다. 퇴임을 한 지금은 독서모임이 4곳, 시공부도 3군데서 한다. 언젠가 그녀의 시를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신림, 종로 3가, 방이역 등 5군데에 2년간 게시되었다고 한다.



주로 여행 후 그곳의 아름다움을 풍경화로 그리던 그녀의 작품이 올해는 많이 변해 있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것인가?' 전시된 두 작품 모두 푸른색이 강조된 추상화였다.


첫 번째는 혼란한 도로 속에 안내를 맡은 표지판의 행선지들을 표현한 것 같은 그림 'Almost lost'였다.

Almost lost

표지판의 이정표는 함께-위로-추억만들기-행복-노벨평화상-항구산책로-칼 요한스-섬으로 가는 보트-비그도이 페리 이다.


'Karl Johans gate'는 단순한 쇼핑 스트리트를 넘어, 오슬로의 역사·문화·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핵심 거리이다. '비그도이페리'(Bygdøyfergen)는 노르웨이 오슬로 중심부에서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비그도이 반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운행되는 페리이다. 짧은 시간에 박물관 5곳과 자연, 해변, 왕실 별장 산책, 피요르드 감상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푸른색은 바다이고 여러 갈래의 줄들은 바닷길인가?'


'Almost lost'라는 제목처럼 '무엇을 잃었을까?'


'함께하기를?, 위로하기를?, 행복하기를?


이런 것들을 잃고 우리 모두 바다 한가운데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페리를 타고 추억 만들기를 하면서 위로도 하고 함께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상상해 본 것일까?'


추상화는 감상하는 자의 몫이니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위의 그림이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이었다면 아래 그림은 우주를 여행하는 느낌이다. 내가 보기엔 The Milky Way(은하수)가 아닑까?


은하수라고 생각하고 보면 잠든 헤라가 보이는 것 같고, 제우스의 거친 몸동작도 느껴진다. '헤라의 젖줄기인가?' 뿜어져 나온 크고 작은 방울들과 어울려 신비롭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헤라가 잠들었을 때 몰래 젖을 물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헤라클레스의 힘이 워낙 센 것에 놀란 헤라가 그를 밀쳤고 이때 뿜어져 나온 젖이 은하수가, 땅에 떨어진 젖 몇 방울은 하얀 아이리스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은하수는 영어로 젖(우유)의 길이라는 뜻인 milky way라 불리게 된 것이다.-나무위키-
Across the Universe


월트 디즈니는


"우리가 꿈꾸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힘은 우리 안에 있다. 꿈을 꾸는 용기만 있다면~"라고 했다.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는 내 친구의 용기는 나의 부러움이며 자랑이다.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면서 작가들마다 한 점씩 맘에 드는 작품을 뽑았다. 모두 여작가로 그녀들의 땀이 송골송골 모여 빛나고 있다.


2 전시실 강석만 개인전


3 전시실 박영한, 박송희 부부 전


아뜰리에실 윤미혜 개인전


5 전시실 염정연 개인전



6 전시실 신현자 개인전


인사동에서는 6.4~6.14까지 INSA ART WEEK가 열리고 있었다. 41개의 화랑이 참여하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활기찬 시각 예술의 풍경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인사동은 심심할 수 없는 예술의 전당이다.


지루하고 심심한가요? 인사동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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