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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pr 01. 2024

엘리베이터 안의 무취無臭의 도道





엘리베이터는 모든 냄새를 다 담고 있다

저녁 늦게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금방 누군가 밖에서 끽연을 하고 돌아왔는지 끽연 냄새가 났다

음식물 쓰레기 버린 핑계로 저녁공기를 쐬었다

아직은 저녁 바람이 차가운 편이었다

기지개를 켜고 팔 돌리기를 서너 차례 한 후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지하 1층에서 올라온다

문이 열린다

이번엔 약간 유니섹스적인 향수 냄새가 엘리베이터 안에 배어 있었다

그 향수 냄새가 이전의 끽연의 냄새를 지웠다

아마도 그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그러나 강렬한 향이 그 냄새도 지웠을 것 같았다

가끔은 진한 향수가 엘리베이터 안에 풍겨도 괜찮은 이유였다

엘리베이터는 위층과 아래층을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면서 냄새를 부지런히 나른다

고정된 냄새 따위는 엘리베이터 안에 없다

이 냄새 어느 층에 조금 내려놓고 저 냄새 어느 층에서  태우고

그렇게 냄새는 끝없이 오르락내리락 희석된다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문득 무취無臭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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