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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Sep 19. 2023

밤바다와 사각 오두막집

왜목 해변에서




바로 앞의 풍경이 참 맘에 들었다. 사각형의 쉘터 텐트집이 바닷가와 잘 어울렸다. 마치 어느 어촌의 오두막집을 패러디라도 한 듯한 텐트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단정하였다. 풍경의 한적함과도 잘 어울리는 정사각 텐트집, 달랑 하나로 승부 보는 심플함이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외딴 오두막처럼 사각 텐트를 친 그들은 다음날 철수할 때 보니 중년 부부였다. 풍경을 만든 멋진 그들이었다. 사각 텐트는 밤바다와도, 낮 해변과도 우뚝하게 멀찍한 존재감을 가진 채로 잘 어울렸다. 나는 사각 텐트집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었다. 어떤 정돈 같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딱 그 위치는 사람의 시선이 바다로 향하니까 집중된다. 훤하게 드러난 위치에서 오히려 적막한 풍경을 자아낸 그 느낌이 그 밤을 말갛게 안정시켜 주었다.


나는 그 풍경을 보며, 바람을 피해 우리 쉘터 안에 술상을 차려 놓고 감상했다. 안에 차린 술상이 따듯하게 다가왔다. 흐뭇하게 술상을 마주하고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에서 호롱 켜고 술 한잔 하는 기분이었다. 쉘터 안에 좌식으로 술상을 차리니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바깥은 바닷가 밤바람이 매서웠다. 밤 풍경의 심플한 풍경은 눈으로 보았고 호롱 불빛을 통하여 나는 컬러의 색채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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