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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감각과 연동되어 일어나는 정신작용

지각, 주의, 기억, 상상, 인지와 오성과 이성, 감성의 작용

by 아란도





정신작용에 대하여


몽테뉴가 감각을 문제 삼자마자 감춰진 정신 작용들이 다시 드러났다. 그렇다면 감각과 연동되는 정신작용들과 기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몽테뉴가 감각을 다시 문제 삼았다는 것은, 인간 인식의 기초로서 감각의 역할을 재조명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감각의 문제에서부터 서양의 근현대철학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감각은 단순한 자극 수용을 넘어서, 다양한 정신 작용과 뇌 기관들과 깊이 연동되어 있다.


아래에 그 주요 정신 작용들과 관련 기관들을 정리해 본다.



감각과 연동되는 주요 정신 작용은 이러하다.


지각 (Perception)
감각 정보를 조직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주의 (Attention)
감각 자극 중 특정 정보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공간에서 친구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억 (Memory)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능력이다. 후각은 특히 감정 기억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정 (Emotion)
감각 자극은 감정을 유발하거나 조절한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향기가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상 (Imagination)
감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이다. 시각적 기억이 상상력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인지 (Cognition)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 추론,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고차원적 정신 작용이다.

감각과 관련된 주요 뇌 기관

시각 피질 (Visual Cortex) : 후두엽에 위치하며 시각 정보 처리
청각 피질 (Auditory Cortex) : 측두엽에 위치하며 청각 정보 처리
체감각 피질 (Somatosensory Cortex) : 두정엽에 위치하며 촉각, 통증, 온도 감지
후각 피질 (Olfactory Cortex) : 변연계와 연결되어 감정과 기억에 영향
전두엽 (Prefrontal Cortex) : 주의, 판단, 계획 등 고차원 인지 기능 담당
변연계 (Limbic System) : 감정과 기억 처리. 특히 후각과 강하게 연결됨
시상 (Thalamus) : 대부분의 감각 정보가 뇌의 다른 영역으로 전달되기 전 거치는 중계소 역할


몽테뉴가 <에세 2> 12장에서 감각을 다시 문제 삼았다는 것은, 이처럼 감각이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복잡한 작용들과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감각 작용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을 경계하는 의미도 컸다. 몽테뉴는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감각에서 오류가 일어나면 판단도 오류를 일으킬 것이므로, 몽테뉴는 인간 정신작용의 불완전함을 역설했다.






오성과 이성


감각과 연동되는 정신 작용을 이야기할 때, 이성(理性, reason)이나 오성(悟性, understanding)은 단순한 감각 수준을 넘어서 고차원적인 인지 작용에 해당하지만, 감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감각은 이성과 오성의 작동을 위한 재료를 제공한다.

이성과 오성은 어떻게 감각과 연결되는가?


오성 (Understanding)

오성은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개념화하고 분류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여러 번 ‘뜨거운 것’을 경험한 후 ‘열’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다.

→ 감각은 오성의 입력값이다.


이성 (Reason)

이성은 오성이 형성한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추론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불은 뜨겁다’ → ‘뜨거운 것은 위험할 수 있다’ → ‘불은 조심해야 한다’ 같은 추론이 이성의 작용이다.

→ 감각은 이성의 출발점이자 검증 수단이다.

뇌 영역에서의 정신작용과 관련된 뇌 기관과 역할은 이러하다.

오성은 두정엽, 측두엽에서 작동하며 언어, 개념, 분류, 의미 이해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성은 전두엽에서 작동하며 논리, 계획, 판단, 추론하는 역할을 한다.

몽테뉴가 감각을 다시 문제 삼았다는 것은, 단순히 감각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조차 감각에 기반한다는 점을 되짚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도 감각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철학적 통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몽테뉴와 감각의 철학적 재조명

몽테뉴는 중세의 이성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감각을 인간 인식의 근본으로 다시 문제 삼았다. 이는 인간 정신의 작용들이 감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며, 이후 근대 철학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감각과 연동되는 정신 작용은, 감각 -> 지각-> 주의 -> 기억 – 감정 – 상상 -> 인지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정신작용으로서의 오성과 이성의 위치와 역할은 무엇일까? 그리고 감각과의 관계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오성 (Understanding)은 개념화, 분류, 의미 이해,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개념화하여 범주화한다.

이성 (Reason)은 논리적 추론, 판단, 감각과 오성의 결과를 바탕으로 추론한다.

감각은 이성과 오성의 출발점이자 재료이다. 감각 없이는 이성적 사고도 성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몽테뉴는 인간의 사고 전체를 감각 중심으로 재구성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비록 몽테뉴가 감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감각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감각이 대상을 맨 처음 접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함의에서 보자면, 몽테뉴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감각의 상대성을 인정함으로써, 절대적 진리보다 경험과 관찰을 중시했다. 이는 후대의 경험론 철학자들(예: 흄, 로크)에게 영향을 주었고, 칸트는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감각과 오성의 통합적 인식 구조를 제시했다.






감성의 작용


정신작용의 순서는 지각 → 주의 → 기억 → 감정 → 상상 → 인지는 감각을 기반으로 한 정신 작용의 순차적인 움직임이다. 여기에 오성과 이성이 중간중간 작동한다. 감성(感性)은 이 전체 과정에 관여한다.


감성은 어디에서 작동하는가?

감성은 단순히 감정(emotion)과 동일하지 않다. 철학적 맥락에서 감성은 감각을 통해 세계를 수용하고 반응하는 능력 전체를 의미하며, 감정·정서·미적 수용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감성의 작동 범위는 각 단계에 관여한다.

지각 :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는 첫 반응. 감성은 여기서 세계를 ‘느끼는’ 능력으로 작동

주의 : 감성은 어떤 자극에 더 끌리는지를 결정하는 데 관여 (예: 아름다움, 위험 등)

기억 : 감성은 감정적 기억을 강화함. 감정이 강할수록 기억이 선명해짐

감정 : 감성의 핵심 작용. 감정은 감성의 표현이며, 감성은 감정을 통해 세계를 평가함

상상 : 감성은 상상력의 재료를 제공. 감성적 경험은 창의적 상상에 영향을 줌

인지 : 감성은 인지 판단에 영향을 줌. 예: ‘좋다’, ‘싫다’ 같은 가치 판단은 감성적 요소를 포함(쾌와 불쾌를 동반)


감성과 오성·이성의 관계

오성은 감각을 개념화하고 분류하는 능력이다. “이건 장미다”

이성은 그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추론하는 능력이다. “장미는 꽃이다 → 꽃은 식물이다”

감성은 이 둘과 병행하여, 세계에 대한 정서적·미적 반응을 형성한다. “장미는 아름답다 → 향기가 좋다 → 기분이 좋아진다”


임마누엘 칸트는 감성을 “직관의 수용 능력”으로 정의하며, 오성과 함께 인식을 구성하는 두 축으로 보았다. 감성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세계와 접속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감성은 이 전체 과정에서 기초이자 배경으로 작동하며, 모든 정신 작용에 정서적·미적·가치적 색채를 부여한다. 감성 없이는 인간의 인식은 건조하고 기계적일 수밖에 없다.





인지에서 쾌와 불쾌가 나타나는가?


인지(Cognition)는 단순히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작용이지만, 그 과정에서 쾌(快)와 불쾌(不快) 같은 정서적 반응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인지가 감성적 평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인지에서 쾌·불쾌가 생기는가?


첫 번째로는 감성적 반응이 인지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인지는 감각·지각·기억·감정·상상 등과 연결된 복합 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감성은 자극에 대해 정서적 평가를 수행한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인지할 때, 그 대상이 좋다/싫다, 편안하다/불편하다는 느낌이 함께 생긴다.

두 번째로는 기억과 연관된 감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로 어떤 냄새를 인지했을 때, 과거의 불쾌한 기억과 연결되면 불쾌감이 생긴다. 반대로, 익숙하고 좋은 기억과 연결되면 쾌감이 생긴다.

세 번째로는 상상과 기대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인지하면서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되면, 그 상상이 긍정적이면 쾌, 부정적이면 불쾌로 이어질 수 있다.

인지와 감정은 분리되지 않는다

인지는 중립적인 정보 처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적 색채가 함께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인지하자마자 “좋다”, “싫다”, “무섭다”, “편하다” 같은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인지에서 쾌·불쾌가 나타나는 것은, 인간 인식이 감성적 평가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서, ‘느끼며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지심리학, 감성지능(EQ), 심리치료, 예술 감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통찰로 작용한다.




인지는 느낌인가?


“인지는 느낌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탐색이자, 심리적 직관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인지는 느낌인가?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인지(Cognition)는 일반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예: “저건 나무다”, “이건 위험하다”, “이건 내가 전에 본 것이다”

느낌(Feeling)은 정서적 반응이나 감각적 인상을 의미한다.

예: “따뜻하다”, “불편하다”, “좋다”, “무섭다”

인지는 느낌을 포함할 수 있지만, 느낌은 인지보다 더 즉각적이고 감성적이며, 주관적이다.

인지와 느낌은 정신작용에서 어떻게 연결되는가?

감각은 자극을 수용하며 느낌의 출발점이다.

지각은 자극을 해석하며 느낌이 생길 수 있다.

인지는 의미를 파악하고 느낌을 동반하거나 유발한다.

감정은 정서적 반응이며 느낌의 핵심이다.

감성은 전체 흐름에 스며들고 인지에 색채를 입힌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인지했을 때,

“그는 나를 도와준 사람이다”라는 인지와 함께

“따뜻하다, 고맙다”는 느낌이 함께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지는 느낌을 포함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느낌은 아니다.

인지는 의미를 파악하는 작용이고, 느낌은 그 의미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다.

하지만 인간은 느끼며 인지하는 존재이기에,

우리의 인지는 언제나 감성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때로는 느낌이 인지를 이끌기도 한다.





느낌은 감성인가? 좋은 느낌을 받거나 싸한 느낌을 받거나?


느낌(Feeling)은 바로 감성(感性)의 표현이자 작용이다. 우리가 “좋은 느낌”, “싸한 느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감성이라는 내면의 감각적·정서적 수용 능력이 자극에 반응한 결과다.


느낌은 감성의 언어다.

감성 (Sensibility)은 세계를 감각적으로,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감정, 직관, 미적 반응을 포함한다.

느낌 (Feeling)은 감성이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즉각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이다.

즉, 감성은 능력이고, 느낌은 그 능력이 작동한 결과이다.


좋은 느낌 vs 싸한 느낌

좋은 느낌은 감성이 자극을 쾌적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한 상태다.

예: 따뜻한 햇살, 편안한 목소리, 익숙한 향기

싸한 느낌은 감성이 자극을 불편하거나 위협적으로 감지한 상태다.

예: 낯선 분위기, 어두운 공간, 미묘한 표정

이 둘은 모두 감성의 반응이며, 인식 이전의 직관적 신호일 수 있다.

감성은 인식의 문지방이다.

느낌은 때로는 이성보다 빠르게 세계를 판단한다.

우리는 “왠지 불편해”, “이건 좋아 보여” 같은 말을 하며

아직 인식되지 않은 대상을 감성적으로 먼저 평가한다.

느낌은 예술, 인간관계, 위험 감지, 창의적 판단 등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이다.

결론적으로, 느낌은 감성의 즉각적 표현이며, 인식의 전 단계에서 세계를 평가하는 내면의 언어이다. 좋은 느낌이던 싸한 느낌이던, 그것은 감성이 세계와 접속하며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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