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키베이비 Jan 24. 2017

[육아툰] 천천히, 겨울

소복소복

함박눈이 쏟아지듯 내리던 지난 주말, 밀키는 밖에 나가자고 하더군요. 한파가 두려운 저는 집안에 꼭꼭 숨어있고 싶었지만, 1년에 몇 번 없을 이 광경을 언제 볼까 싶어 나갔습니다.

영하 12도. 밖은 무척 추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커다랗게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죠. (같이 만든 엄마 아빠 고생하셨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는데도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며 눈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날까지만 해도 제게 눈은 출근길을 미끄럽게 만들고 차가 막히게 하는 원인이며, 눈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의 고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죠.




밖에 나온지 10여분이 지나자 눈은 더 많이 왔습니다. 눈을 만지작거리느라 젖은 장갑에 손이 시렵고 밀키는 코가 줄줄 나왔지만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 너무나 신기한 아이의 표정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죠. 선뜻 들어가자고 하지 못할 정도로요. 제가 머뭇거리는 사이 밀키는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넘게 잊었던 '눈사람 만들기'는 하면서도 너무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
.
.
이윽고 집에 들어와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창밖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임을 느꼈습니다. 지난 주는 유독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주입니다. 등하원을 같이 하고, 저녁에는 여기저기 쏘다녔죠.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미친듯이 빨리 걸어서 축지법 쓰냐는 소리를 들었던 제가, 아이의 보조에 맞춰 느리게 걷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죠. 밤에는 밀키와 집으로 걸어오며 별을 찾아보고, 겨울의 냄새를 맡으면서 원래 이런 세상이 있는데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둡고 추운 겨울이 아니라, 아이와 천천히 시간을 즐기는 겨울이 되어 너무 좋습니다.






1. 구독 감사합니다^^

2. 인스타그램 하시면 함께 해요! (@milkybaby4u)



이전 11화 [육아툰] 꽃길만 걷게 해준다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